[천자칼럼] 중국 경계론

입력 2013-03-13 20:20   수정 2013-03-14 00:17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폐지된 것은 1993년이다. 그전에 백인과 흑인의 사회적 지위가 엄격히 구분됐다. 여기서 돌발 퀴즈 하나.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시절 동양사람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①백인과 동등 ②흑인과 동등 ③나라마다 다름. 정답은 ③번이다. 잘사는 일본이나 한국사람은 백인대우를, 중국인은 흑인대우를 받았다.

중국인이 흑인처럼 살았던 이유는 이렇다. 근대 들어 해외이주에 나선 중국인들은 대개 막일에 종사했다. 남아공에서도 대부분 흑인들과 섞여 광산노동자로 일했다. 자연스럽게 흑인과 동일한 취급을 받았다. 노예 해방 후 중국노동력이 유입된 미국에서 비슷했다. 네바다 산맥에서 눈보라를 뚫고 삽과 괭이로 대륙횡단철도를 놓은 것도 그들이었다. 중국 노동자는 쿨리(Coolie)라고 불렸는데 고된 일이란 뜻의 중국어 쿠리(苦力)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하류인종 취급을 받던 중국인에 대한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대단한 위세를 떨친다.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은 팍스시니카 시대를 여는 강력한 밑천이다. 중국은 특히 아프리카에 쏟는 정성이 남다르다. 아프리카와 중국의 무역은 작년 2000억달러로 13년 동안 1900% 증가했다. 2006년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에 ‘집합’시키기도 했다. 중국은 당시 아프리카국들의 채무를 대폭 탕감해주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전 세계의 자원을 쓸어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에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대금은 원유 크롬 같은 자원으로 받는다. 2000개가 넘는 통신 에너지 회사가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이다. 베네수엘라 같은 곳의 유전도 중국자본이 들어가 개발 중이고, 호주 캐나다 등의 철광산도 줄줄이 중국으로 넘어간다.

중국의 광폭 행보는 두려움과 시기에 찬 시선을 받는다. ‘강한 중국’전략은 지구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선 영유권 문제로 연일 반중(反中)데모가 일어난다. 군사독재나 인권탄압국을 지원,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워런 버핏은 민간인 학살사건을 일으킨 수단에서 활동 중인 중국 국영 페트로차이나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 이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아야 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신제국주의 국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빼가며 중국의 뱃속만 채운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옳든 그르든 중국의 팍스시니카엔 가속도가 붙었고, 이는 주변국의 경계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속도조절에 실패한다면 스스로를 ‘만인의 적’으로 만드는 대형사고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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