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노령연금

입력 2013-03-13 20:36   수정 2013-03-14 00:18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재산 은닉이나 소득 축소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받다가 적발된 부정 수급 건수가 4만898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153%나 급증한 것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만3000여명은 재산과 소득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뒤늦게 재산이 드러난 사람들이다. 기초노령연금을 조금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노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복지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적발건수가 늘어난 건 소득 및 재산자료를 담은 정부종합전산망을 본격 가동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그러나 전산망으로 부정수급자를 다 가려낸다는 보장도 없다. 의도적 부정 수급자가 2만30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은 전산망에 걸려들지 않는 잠재적 부정 수급자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금을 타내기 위해 멀쩡한 재산을 자녀나 손자 명의로 돌려 놓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7월부터 행복연금(기초연금)이 도입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경우 소득 하위 70%면 20만원, 상위 30%면 4만원으로 연간 192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어 부정 수급의 유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법 또한 더 교묘해질 것이다. 벌써부터 노인들 사이에서는 연금을 타는 수많은 방법에 대한 얘기들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중산층 노인들까지 적극 가세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일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제도를 쏟아낼 때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스웨덴이 복지제도를 할 수 없다면 세계 어떤 나라도 복지제도를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웨덴 사람은 다른 나라와 달리 높은 윤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스웨덴조차 공짜 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뮈르달조차 “복지가 스웨덴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두 손을 들었다. 정부가 주는 공짜 앞에 서서히 부도덕한 국민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게 소위 보편적 복지의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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