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디폴트'] 사업성 떨어지자 '네 탓' 공방 7년…터만 닦아놓고 '공중분해'

입력 2013-03-13 20:57   수정 2013-03-14 08:15

단군 이래'최대 개발'어쩌다 이지경까지


PFV의 부도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2006년 8월 용산역세권 개발 계획이 확정된 지 7년 만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서울 도심권 노른자위 땅(용산 철도정비창)을 민·관이 주거·업무·상업·문화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연계 개발 갈등, 사업성 악화, 사업파트너 간 갈등, 전문성 부족 등 숱한 문제를 노출하며 끝내 파국을 맞았다.

(1) 시작부터 잡음…서부이촌동 연계 '첫 단추' 삐끗

당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대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07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 연계 개발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막대한 보상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발표된 서부이촌동 보상안에 따르면 보상비와 주거 이전비 등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일부 주민들은 연계 개발에 반대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주요 시설 분양가를 놓고 민·관 출자사 간 이견이 발생했다. 가장 규모가 큰 상업시설 분양가에 대해 민간 출자사는 “3.3㎡당 3600만원에 분양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코레일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1500만원 이상 받기 어렵다”고 맞섰다. 전체 상업시설(109만㎡) 크기를 감안하면 양측의 분양가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 차이는 7조원에 달한다.

(2) 무리한 추진…부동산 침체로 10조 외자유치 실패

사업 파트너인 민·관이 출자금을 놓고 신뢰를 잃은 것도 발목을 잡았다. 코레일은 사업 기간 내내 “민간 출자사가 코레일에만 책임을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에 직·간접 출자를 포함해 12조원을 조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간 출자사는 “코레일은 공시지가 2조6200억원짜리 땅을 8조원에 민간에 매각해 이미 5조원 이상의 이익을 챙긴 데다 사업 무산시에도 땅을 회수할 수 있어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민간 출자사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설계와 분양 등 사업을 총괄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전문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이사장 출신으로 6년간 45억원을 받기로 하고 영입된 박 회장은 2010년 취임 당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10조원의 개발기금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용산 사업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홍콩 사모펀드의 전환사채(CB) 115억원이 전부다.

(3) 사업 원점으로…사업 규모 축소 후 재추진 가능성

드림허브 부도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땅(용산 철도정비창) 주인인 코레일이 과거와 같이 새 사업자를 공모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주도의 공영개발은 민간 출자사들의 자금조달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며 “기존 사업협약이 무효가 될 경우 사업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다음달 22일까지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도시개발구역에서 자동 해제된다. 코레일 주도로 이뤄질 경우 자체 부지만 개발하고, 서부이촌동은 개발지구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있어 의견 통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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