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가로막는 '불확실성' 장벽

입력 2013-03-14 15:30  

SERI.org -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dongkoo.kim@samsung.com>

금융위기 이후 단기 투자만 늘어…정부규제 확대도 투자 회복에 걸림돌
환율변동 축소 등 불확실성 완화를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5%대로 둔화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욱 떨어져 지난해에는 1.8%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업 생산력을 높이고 동시에 기계 발주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최근 투자 위축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2000년 이후 설비투자 상황을 장기균형식으로 추정해본 결과 설비투자는 실질실효환율, 자본재 상대가격, 주가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실질구매력을 반영한 환율인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하는 경우 설비투자는 0.2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환율 하락은 설비투자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수입 자본재의 수입가격을 하락시켜 투자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국산품의 외화표시 가격이 상승해 수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투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환율 하락에 따른 투자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활동의 단기화(短期化) 현상이 심해진 것도 눈에 띈다. 2011~2012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표준편차)은 세계 금융위기 전(2006~2007년)보다 약 2배, 원·엔 환율은 약 3배 높아졌다. 또한 위기 전 42%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위기 후 4.5% 하락했다. 이처럼 커진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와 경기 간 선·후행 관계가 약화됐다. 세계 금융위기 전 기업들은 경기 전망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선행적으로 투자하거나 경기 회복 후에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불확실성이 커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보다 단기적인 수요에만 맞춰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규제가 늘어난 것도 설비투자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규제는 2009년 1만1050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년 11월 말에는 1만3914건에 달했다. 한국의 규제 및 경제자유화 관련 국제 순위도 하락세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규제자유도 순위에서 한국은 2009년 98위, 2010년 108위, 2011년 117위로 뒷걸음질하면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지고 있다.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자유지수 순위에서도 한국은 2013년 34위로 2012년(31위)보다 3계단 하락했다.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과도한 환율 변동성과 투기적 외국 자본의 영향력을 축소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장 설립 등 생산 입지로서 한국의 투자 매력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해외 기업의 국내 이전과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야 한다. 또 환율 하락은 설비투자의 장기 둔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국제사회와 공조해 급격한 원화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dongkoo.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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