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기업 생존의 필수…변화 물결에 빨리 올라 타야

입력 2013-03-14 15:30  

경영학 카페

선두가 '게임의 법칙' 주도…밀리면 따라잡기 힘들어
변화 주기 짧고 빨라져…적응 잘하면 시장판도 장악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방문객으로 달아오른다. 전 세계 전자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자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서는 ‘한국 업체 타도’를 외치는 소니가 지난 1월7일 기존 고화질 TV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한 56인치 HUD OLED TV를 소개하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삼성, LG전자가 공개한 55인치 OLED TV보다 크기나 해상도 면에서 개선된 제품이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곡면 OLED TV로 반격에 나섰다. 업체 간의 TV 크기와 해상도 경쟁을 또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킨 기술력에 매료된 관람객은 전날의 소니를 바로 잊어버렸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기업들이 ‘빠른 추격자’에서 ‘혁신적 리더’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기업들에 창의성 확보가 중요한 고민거리가 됐다. 그렇다고 업계 1위가 아닌 기업에는 창의성 이슈가 강 건너 불구경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1위 기업들이 창의성으로 ‘게임의 법칙’을 계속 바꾸니 다른 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마치 바뀌는 수학능력시험에 따라 해마다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꼴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시장 판도가 바뀌면 좋은 점도 있다. 수능시험제도가 바뀔 때 새로운 제도에 빨리 적응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비즈니스에서도 그런 사례는 많다.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를 무너뜨린 요인을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의 정의는 어느 쪽일까.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휴대전화일까, 휴대전화 기능을 갖춘 모바일 PC일까. 답은 후자다. 컴퓨터회사 애플이 전화기회사 노키아를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가 TV 시장에서 소니를 따라잡은 것도 브라운관 TV에서 평면 TV로 시장이 옮겨가는 시기였다. TV가 아날로그 전자제품에서 디지털 전자제품으로 바뀔 때 삼성전자가 변화의 물결을 잘 탄 것이다. 그런 삼성전자도 지난해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을 통해 창의성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벗고 확실한 선두주자가 되려면 더욱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이 돼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2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구글을 경쟁자로 의식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구글이 도요타와 손잡고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무인 자동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깟 차 한 대에 웬 엄살이냐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는 거대한 시장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의 정의도 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자동차란 전자장비 비중이 30% 안팎인 운송수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십 년 내에 자동차는 ‘엔진 모터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전자장비’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전자회사가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는 강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용 반도체 시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시작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하겠다.

시장이 변화할 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조직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다. 새로운 눈은 종종 ‘창의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변화의 주기는 짧아지고 진폭은 커지는 현대에 창의성은 기업의 존폐 여부, 성장과 위축을 구분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창의성 증진을 향한 한국 기업들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강한 위계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는 2009년 파격을 단행했다. 값비싼 서울 대치동 사옥의 한 층을 비우고 그 공간을 직원들의 창의 놀이방 ‘포레카’로 바꾼 것이다. 중국의 경쟁기업들이 증산을 결정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철소를 세우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500명 가까운 임원을 대상으로 창의리더십 교육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에 직원들은 창의적 사고라는 교육과정에 참가해 임원의 변화에 동참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올해 그룹 내 계열사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창의성은 이제 기업들에 ‘있으면 좋은’ 수준의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 확실하게 차별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잊혀지는 공급 과잉의 시대.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지 고민해 볼 일이다.

김용성 <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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