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굿간서 태어나 말과 함께 숙식…사람 속 몰라도 말은 알지요"

입력 2013-03-14 17:05   수정 2013-03-15 05:14

"사람 속 몰라도 말은 알지요"

아버지는 조선인 최초 기수…30년간 누적 상금 238억 여원



“승부의 세계에 핑계는 없습니다. 패배하면 그 아픔을 경험으로 바꿔야 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다시 도전해서 이겼을 때 쾌감을 느끼는 게 프로죠.”

한국 경마 사상 처음으로 1100승 달성을 앞둔 ‘마신(馬神)’ 신우철 조교사(61). 1983년 데뷔 이후 30년 동안 통산 8057번의 경주에 경주마를 출전시켜 1099승을 거뒀다. 2위보다 300승 이상 앞서 있어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을 보유한 그는 한국 경마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경기도 과천의 서울경마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조교사는 경마의 시작과 끝을 총괄하는 한 팀의 감독이다.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와 위탁계약을 맺고, 말을 경주에 맞게 훈련시키면서 어떤 경주에 어떤 경주마와 기수를 출전시킬지, 어떤 작전을 구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그가 벌어들인 상금은 238억여원. 다승왕에 여섯 번 올랐고 최고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대상경주에서 16회나 우승했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말과 함께 살다보니 말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경주마는 일종의 육상선수이기 때문에 가슴이 딱 벌어지고 지구력이 강한 말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 경매에서 남들이 모두 기피하는 한 거세마를 마주에게 추천했는데 그 거세마가 서울경마공원에서 7연승을 달리며 현역 최고의 경주마로 등극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바로 그가 애지중지하는 ‘터프윈’이다.

그는 말을 보는 눈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팀워크입니다. 말은 30년 동안 노하우가 있어 자신있지만 사람 속은 다 몰라요. 기수, 마필 관리사, 육성 조련사 등이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팀이 되도록 했죠. 관리사들에게 목욕, 치료 등 각자의 책임을 분명히 주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했습니다. 팀 내 최고의 위치에서 제가 내린 지시를 반드시 따르게 하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팀원들 사이에 믿음이 흐르도록 해야죠.”

그에게 경마는 숙명이다. 아버지는 13세 때 조선인 최초이자 최연소 기수로 활동했다. 1952년 당시 신설동에 있던 경마장의 마굿간에서 태어난 그는 말과 함께 쓰러져 자고, 안장도 없이 모포만 깔고 말을 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반대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1978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 경마 기수양성학교 교관으로 경마의 길에 입문했다.

조교사로 데뷔한 뒤에는 피나는 노력을 이어갔다. “1인자가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마굿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부상당한 경주마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하면서 말에 미쳐서 살았어요. 경주마는 제 자식과 같아요. 말의 눈을 바라보면 말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느껴집니다. 경주마의 마음을 읽고 우승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곤 하죠.”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 삼성그룹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프로정신’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프로의 세계는 강자만 살아남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서울경마공원에서 달리는 1700마리의 말에 대해 다 분석하는 것도 아군보다 적을 더 잘 알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정년까지 남은 3년 동안 1200승을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은퇴하면 재활승마에 기여하고 싶어요. 말과 교감하면서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재활승마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기업들이 투자해 재활승마로 사회적 기업을 세운다면 기꺼이 무료로 봉사할 생각입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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