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개발 파탄, 만인투쟁적 사회의 예고된 참사다

입력 2013-03-14 17:09   수정 2013-03-14 22:46

벼랑끝 전술로 나만 살고보자는 풍조…이대로는 2만달러 함정 못벗어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돼 심각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 혹은 ‘제2의 두바이 프로젝트’로 불리던 초대형 개발사업이 7년 만에 물거품이 될 판이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패한 원인은 훨씬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21세기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총체적 역량과 수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만화경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용산개발은 당초 코레일의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로 시작됐다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요구로 서부이촌동 개발이 포함되면서 대형 복합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보상비가 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나 사업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부동산 침체까지 겹쳐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에 갈등이 불거졌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가 결국 부도위기로 몰렸다.

갖고 있는 땅으로 손쉽게 개발이익을 얻으려던 코레일, 여기에 편승하려던 민간기업, 단기실적 욕심에 무리하게 사업을 키웠던 서울시, 일부 지역주민들의 알박기식 한탕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참담한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만인이 버블을 놓고 투쟁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 투기적 가수요를 전제로 한 투기광풍, 그리고 엉터리 계산과 부풀려진 수치들이 일조했을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이런 거품을 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매몰비용이 워낙 큰 만큼 가급적 법정관리를 통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케이스를 개발사업의 뼈아픈 실패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각 주체의 역할과 몫에 대한 사회적 합의절차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서울시의 모든 재개발·재건축 사업 구조가 용산개발의 축소판이란 점에서 그렇다. 전원합의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무조건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는 식은 더 이상 곤란하다. 이는 결국 부도덕한 세력, 배짱세력의 몫만 늘리거나 사업전체를 무산시키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용산개발은 탐욕으로 점철된, 그러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데는 미숙한 한국 사회에서 예고된 참사였을 뿐이다. 다 죽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자기파괴적, 반법치적 저질사회 증후군이다. 정치권의 벼랑 끝 전술과도 꼭 닮았다. 이게 바로 소득 2만달러 수렁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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