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행사 사회 보며 끼·잠재력 발견…6개월 하사관교육선 자신감 얻어
외환위기 때 사업 추진 원동력 돼
“Crazy love. It’s just a crazy love~.” 1977년 11월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 아직 군복도 지급받지 않은 갓 입소한 훈련병들 앞에서 나는 팝송을 불렀다.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병들을 대상으로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다. 입대 전 나는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 시절 가장 즐겨 부르던 노래가 캐나다 출신 가수 겸 작곡가인 폴 앵카의 ‘크레이지 러브(crazy love)’란 곡이었다. 한국에서 혼성듀엣 ‘블루진’이 ‘서글픈 사랑’이란 번안곡으로 부르기도 했다.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봤던 친구들은 나가서 솜씨를 뽐내보라고 권했다.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었던 나는 망설였지만 무엇에 홀린 듯 연병장 앞으로 나갔다. 이왕 부를 바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곡처럼 절절한 느낌을 살려 엉덩이를 흔들며 열창했다.
이후 나는 부대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논산에서 신체검사를 마친 후 며칠 안 돼서 경기도 가평군의 단기 ‘제3하사관학교’에 배치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명성을 들은 전우들이 중대별 노래자랑이 있을 때마다 나를 불러냈다. 당시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내게 이런 끼와 잠재력이 있었나’란 생각을 자주 했다. 내게 군대는 인생에서 처음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얻은 장소였다.
제3하사관학교는 군기가 엄하기로 소문난 부대다. 당시에는 하사관 등 초급 간부들을 신병 훈련소에서 일부 뽑아 하사관학교에서 양성했다. 교육기간은 6개월이다. 이곳 교육을 마치고 나면 하사로 자대에 배치받게 돼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들을 짧은 기간 내에 간부로 키우려니 군기가 셀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수부대 대원들과 전투경찰 등 다른 부대 군인들도 간부 양성을 위해 이곳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었다. 하사관학교 중대장은 은근히 다른 부대들 간에 경쟁을 유도했다.
하루 두세 시간 자고 계속 훈련을 받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내 주특기는 기관단총이었다. 야간전술 훈련 때는 기관단총을 갖고 훈련하다 보니 깜박 잠이 들기도 했다. 자다 깨어나보면 부대원들과 떨어져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새벽에 일어나 속옷바람에 올챙이 포복으로 기합을 받았다. 엄청난 육체적 담금질 속에서 정신은 나날이 강해졌다. 나는 사회에 나와 리조트 사업을 하면서 외유내강형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나라가 뒤숭숭할 때 충남 안면도에 리조트 사업을 시작하는 등 남들이 봤을 때 무모하다 싶은 사업도 결단력을 갖고 추진했다. 언제 이런 성격이 생겼을까 따져봤을 때 하사관학교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사관학교에선 노란색의 하사 계급장이 박힌 군복을 받았다. 6개월 교육이 끝나면 노란색 계급장을 뜯고 검은색 본래 계급장을 쓸 수 있게 된다. 하사 계급장을 달고 배치받은 자대는 인천 송도 6617부대였다. 초급간부였기 때문에 하사관학교 시절보다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2년 동안 내무반장을 맡았다. 당시 중대장은 뒤에 한국발명진흥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최종협 씨였다. 이분과 맺은 인연은 사업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분을 비롯해 군시절부터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옛 전우들이 여럿 있다. 현재 나는 충남 안면도와 예산, 충북 제천, 중국 웨이하이 등 네 곳에서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숙박 및 놀이 개념인 다른 리조트들과 달리 자연 속에 휴식을 취하는 리조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공간을 만들었다. 군 시절 가평에서 자대배치를 받기 전인 가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숲속 계절의 오묘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제대 후 리조트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당시 느꼈던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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