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회복의 힘?…달러 풀어도 강해진다

입력 2013-03-14 17:20   수정 2013-03-15 04:33

작년 9월 바닥 찍은 달러 인덱스, 6개월새 6.8% 상승

양적완화에도 금리 올라 '달러의 역설' 나타나
시퀘스터·재정적자 기싸움…랠리 지속될지 관심




2011년 8월5일 금요일. 뉴욕증시가 마감한 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빚(원금과 이자)을 갚을 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흘 뒤인 8월8일 월요일. 장이 열리자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달러를 허겁지겁 사들였다. 이날 하루 동안 원·달러 환율은 15.1원이나 뛰어올랐다. 미국 국채 때문에 벌어진 시장 불안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다시 몰려드는 이른바 ‘달러의 역설’이었다. 2년7개월여가 흐른 지금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가치를 밀어 올리는 것은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다.

○금리 상승 동반한 달러 강세

지난해 상반기 약세를 보이던 달러가 반등세로 돌아선 건 9월부터다. 지난해 9월17일 69.11로 바닥을 찍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달러지수는 지난 13일 73.87로 6개월간 6.8%나 상승했다. 2010년 7월 이후 최고치다. WSJ 달러지수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7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는 올 들어서만 4.8% 오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달러 강세가 2년6개월 전과 다른 건 금리 상승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한 달에 85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담보부 증권(MBS)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한 금리 인하라는 정책적 목표대로라면 금리가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연 1%대에 머물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대로 올라섰다. 이에 이자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들이 국채와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환율시장에서 금리가 제 역할을 다시 찾았다”고 분석했다. WSJ도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4년래 최저치인 7.7%로 떨어졌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투자자들을 미국 달러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과 달러 랠리, 이어질까

경제 회복에 힘입은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지난 1일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달러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베팅도 주춤해질 수 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여전히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달러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강한 달러가 미국 수출 기업에 불리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걱정거리다. 영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공격적으로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달러만 오를 경우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Fed의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달러가치에는 악재다.

그러나 과거에도 경기 회복기에 달러 상승세가 오래 지속됐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달러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1995~1998년 달러가치가 엔화 대비 70%나 상승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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