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개입 가능성도
‘금 가격도 조작 의혹, 제2의 리보 사태가 될지 모른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이 확인된 가운데 런던시장에서 금과 은 가격도 조작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런던 대형은행의 금과 은 가격 조작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 가격 조작 의혹은 지난해 리보 스캔들이 터진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런던시장에서 금 가격은 1919년부터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HSBC, 소시에테제너럴, 노바스코샤뱅크 등 5개 은행이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하루 두 번 전화회의를 열어 정하고 있다. 은 가격은 1897년부터 낮 12시에 같은 방식으로 노바스코샤와 도이체방크, HSBC가 결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금과 은 가격은 런던금시장연합회에 보고돼 고시되고, 세계시장에서 현물가격으로 활용된다. 일반 보석 가격은 물론 금속과 연계된 파생상품 가격, 광산업체와 정유사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금과 은 가격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리보 사태만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과 은 가격이 오르면 국채시장 투자자들이 금, 은 시장으로 이탈할 수 있다”며 “이를 우려한 중앙은행들이 금, 은 가격 결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익을 노린 일부 대형 은행은 쇼트포지션(금, 은 매도)을 취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FTC는 리보 조작혐의를 조사하다가 은행들의 금 가격 조작 혐의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리보 조작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은행은 리보금리를 제출하는 18개 은행 중 12개 은행에 이른다. RBS와 UBS, 바클레이즈는 리보 조작으로 총 30억달러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런던금시장연합회 대변인은 “금, 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마음대로 만들어질 수 없고 가격 설정 과정 역시 완벽히 투명해 리보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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