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노후시설에 관리부실까지…'화약고' 오명

입력 2013-03-15 01:00  

공단 조성 이후 200여건 사고
사상자만 1000명 넘어



‘화약고’란 오명을 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14일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산업단지에 대한 안전진단과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산단에는 GS칼텍스 LG화학 여천NCC 호남석화 금호석화 한화케미칼 남해화학 한국바스프 등 석유화학업체 60여개를 포함해 총 220여개 회사의 생산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공장의 시설이 낡은 데다 대부분이 유독 물질을 취급하는 만큼 고도의 재난관리 체계가 필요하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다.

여수산단은 1967년 호남정유 공장 착공 때부터 인명 피해 사고가 끊이질 않아 화약고로 불렸다. 2000년 8월에는 호성케멕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6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989년 10월에도 럭키화학 공장 폭발로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치는 참사를 빚었다.

이 밖에 크고 작은 화재와 가스 누출 등 200여건에 달하는 각종 사고로 지금껏 10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이 나서 안전점검을 시행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위험성이 높은 석유화학단지의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80여개 이상의 관련 개별법을 근거로 3원화돼 있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해화학물은 유독성, 환경오염성을 기준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에서, 독성가스는 고압가스관리법 등을 적용해 자치단체가, 위험물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의해 소방서에서 따로 관할하고 있다. 원활한 협력 체계를 통한 재난정보 공유와 초동대응 및 지원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3원화돼 있는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일원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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