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자의적 단속으로 인권 침해할 수 도"
과다노출에 범칙금을 부과하고 지속적인 괴롭힘, 즉 스토킹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기존에 단속되면 즉결심판에 회부되던 27개 항목과 지속적 괴롭힘, 즉 스토킹 행위 등 모두 28개 행위가 범칙금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특정 단체 가입 강요 △과다노출 △지문채취 불응 무임승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5만원을 내야 한다. 또 △출판물 부당게재 △거짓광고 △업무 방해 △암표 매매 등 경제적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4개 행위는 범칙금이 기존 8만원에서 16만원으로 두 배 올랐고 스토킹에는 8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 중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과다노출이다. 과거 유신시대 미니스커트 단속에 해당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바리맨’과 같은 비상식적 행동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하는 측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각종 범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범칙금이라도 정하는 것이 그나마 이런 반사회적 행동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바바리맨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처벌 규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스토킹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한 것은 잘한 일이며 이에 대해서는 외국처럼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차제에 고려해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자칫 범칙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처벌이 강화됐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과다노출 규정은 기존 즉결심판 대상에서 범칙금 대상으로 오히려 처벌이 완화된 것”이라며 “사회통념상 일반인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수준의 알몸 노출이 처벌 대상이지, 미니스커트나 배꼽티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종전에 과다노출 기준이었던 ‘속이 들여다 보이는 옷’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꼭 과거 유신시대로 돌아가자는 식의 과잉단속이라고만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네티즌 중에도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 네티즌은 “요즘 여중생들만 해도 교복을 개조해 성인 흉내를 내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며 “유신이니 뭐니 하는데 자신의 딸이나 동생이 심한 노출을 하고 다녀도 그냥 내버려두자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대
과거 미니스커트나 장발 단속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 과다노출을 단속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과다노출은 유신 선포 직후인 1973년 경범죄 단속 대상으로 포함됐다가 미니스커트에 대한 자의적 단속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유신시대 이후 폐지됐다는 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반대론자들은 지문채쥐 거부에 대한 범칙금 부과 등도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다노출의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고 애매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디까지를 과다노출로 볼 수 있을지가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고 케이스마다 제각각일 텐데 어떤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법조문상으로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단속자인 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다노출 등이 종전 즉결심판 대상에서 범칙금 대상으로 처벌이 완화됐다는 데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범칙금 통고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은 처벌 완화가 아니라 단속이 오히려 더 쉬워졌다는 의미이고 이는 그만큼 남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범죄처벌법은 경찰이 시민의 일상을 장악하겠다는 일제시대의 잔재이자 경찰의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생각하기
노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준, 가치판단 등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또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어디까지를 과잉노출로 봐야 하는지 역시 천차만별인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과잉노출이라는 것을 법규정에 정해 놓고 경찰관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주관적으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은 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범죄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잉노출이라고 해도 그냥 스스로 복장 개념으로 입고 다니는 것이라면 이는 법으로 제재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위 바바리맨처럼 평소 복장이 아닌 특정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 이상행위는 단순 경범죄가 아닌 형벌의 대상으로 엄격히 처벌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토킹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디까지를 스토킹으로 봐야 할지 역시 복잡한 문제지만 스토킹은 기본적으로 경범죄보다는 형벌로 엄격히 다스리는 게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경범죄를 처벌할 것인지 논란에 앞서 무엇을 경범죄로 볼 것인지, 형벌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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