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후순위채 발행 줄이어…NCR 상향 포석

입력 2013-03-15 13:24   수정 2013-03-15 15:39

올 들어 증권사들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을 위해 줄줄이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와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시장 확대 여파로 NCR 하락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발행 규모 2000억원)을 비롯해 SK증권(5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1200억원) 등이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섰다.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수치로 산출되는데,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의 경우 영업용순자본에 포함되는 가산항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발행 시 NCR이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증권사들은 최근 NCR 하락 경향이 두드러졌다.

SK증권 NCR은 지난해 3월 454.3%에서 12월 말 기준 372.2%로 떨어져 400%를 하회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2010년 3월 말 579.8%이던 NCR이 지난해 말 366.5%로 추락했고,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지난해 3월 499.9%에서 9개월 만에 327.0%로 밀렸다.

금융당국 규제상으로는 NCR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경영개선 권고 등의 시정조치를 받지 않지만 연기금 등 주요 기관에서 NCR 400%를 요구하는 만큼, 이를 맞추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NCR 하락 원인은 부진한 실적 외에도 ELS, DLS 판매 증가에 따른 채권운용 규모 확대와 미매각 회사채 증가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ELS와 DLS는 저금리 기조 하에 중위험 중수익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발행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NICE채권평가에 따르면 자산관리상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들의 유가증권 증가율이 2008년 3월 말 대비 129.7% 늘었고, 같은 기간 총 위험액도 81.3% 증가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증권사는 ELS 조달자금을 동일한 ELS 구입(백투백)에 사용하거나 해당 기초자산과 국공채 등을 직접 취득 및 운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후 ELS 중심의 조달 증가로 채권 중심의 연계자산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수요예측 제도 도입 후 총액 인수 계약을 맺고 증권사들이 미매각 회사채를 떠안게 된 점도 위험자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이하를 기준으로 2012년 9월 말 기준 중소형·소형 증권사의 미매각 인수 회사채는 1656억원가량이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A+' 등급 이하 미매각회사채의 비중은 중소형 증권사가 가장 높았고, 소형, 중대형, 대형사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권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은기 한화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자산운용 여력이 큰 대형사들이 ELS, DSL 상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NCR의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라 최근 낮아진 NCR을 올리기 위해 증권사의 후순위채 발행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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