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중 1명이 노안…PC·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36~40세 환자 5년새 2배
눈 상태 따라 레이저 등 시술…1시간마다 10분씩 눈 휴식을
직장인 김모씨(41)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하루 스케줄을 확인한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한 시간 동안에도 날씨와 뉴스·교통정보를 읽거나 내려받은 동영상을 보느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컴퓨터가 잠시 스마트폰을 대신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시. 틈틈이 카카오톡과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애플리케이션 검색을 하기 위해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업무를 볼 때는 하루 7~8시간 동안 PC모니터를 보고 나머지 대다수 시간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자꾸만 눈이 피곤해지고 책이나 TV를 볼 때 침침하고 뿌옇게 보이는 등 불편함이 커지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김씨를 당혹스럽게 했다. 다름 아닌 노년층에만 있을 것 같던 ‘노안(老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일상 속에서 눈을 혹사시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 때문에 나이가 젊은데도 노안이 오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은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너무 오래 사용하다 보니 눈의 피로가 과거보다 심해지고, 당뇨병 등의 혈관 질환이 늘면서 40대를 전후해 눈이 빠르게 늙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눈이 침침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 외에도 책을 읽다가 두통이나 어지럼증,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노안을 의심해보라고 조언했다.
○30~40대 노안 환자 급증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성인 세 명 중 한 명은 노안과 관련된 안질환을 앓고 있다.
동아대병원 등 3개 병원이 안과환자 8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36~40세의 노안 비율이 2006년 3%에서 2011년 7%로 늘었다. 노안은 눈의 수정체 두께 조절력이 떨어져 글씨 등 가까운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이다. 주로 40대 후반이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세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 이상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박우찬 동아대병원 안과 교수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이 가까운 거리의 화면을 너무 집중해서 보면 수정체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 근육이 장시간 긴장 상태로 있게 된다”며 “이 경우 모양체의 기능이 떨어져 수정체 조절이 안되는 노안이 빨리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눈 상태에 맞춰 시술법 달리해야
노안교정술은 워낙 다양해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정확한 검진과 수술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대표적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각막다초점시술과 렌즈를 이용한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레이저다초점수술은 눈 표면의 도수를 변화시켜 마치 다초점 안경을 낀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시술이다. 수술시간은 10분 내외로, 수술 후 사흘 정도는 쉬어야 한다.
2004년 국내 처음 이 수술법을 도입한 이 원장은 “그동안 수술환자 중 93%가 돋보기 없이 생활이 가능해졌다”면서 “하지만 이 수술법은 눈 표면에 질환이 있거나 백내장이 같이 있으면 수술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수술이 어렵다면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이 원장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렌즈 하나에 원거리와 근거리가 동시에 초점을 맺을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어 백내장은 물론 노안도 치료할 수 있다”며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로 사용되는 ‘레스토 렌즈’와 ‘테크니스 렌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휴식, 안구운동 등 사전예방 생활습관 길러야
노안이 심할 경우 수술은 필수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흔들리는 차 안에선 스마트폰 시청을 삼가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 시 한 시간마다 10~20분 쉬며 눈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눈을 감고 시선을 상하로 움직여 눈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노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야외활동 시에는 피부처럼 선글라스나 UV차단 안경을 착용,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평소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 눈 건강 체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법은 안구를 오른쪽·왼쪽·위·아래로 하기, 눈을 한 번씩 떴다가 감기, 안구를 왼쪽·오른쪽으로 돌리기, 손바닥을 비벼서 감은 눈 위에 살짝 대는 것 등이 있다. 이 원장은 “노안이 오면 초점 전환이 불편할 뿐 아니라 백내장 등 추가적인 안구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평소 눈앞이 침침하거나 지속적인 시력 저하 느낌을 받는다면 반드시 안과에 가서 노안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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