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

입력 2013-03-15 17:11   수정 2013-03-15 23:04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국가원수의 부인을 칭하는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를 중국에선 ‘제1부인’이라 부른다. 중국 영부인의 스타일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는 초대 국가주석인 류샤오치의 부인 왕광메이 같은 유형이고, 두 번째는 마오쩌둥의 부인인 장칭 유형이다. 세 번째는 덩샤오핑의 부인인 줘런 유형이다.

1921년생인 왕광메이는 중국 최초의 여성 원자물리학 석사다. 수학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총명하고 미모도 뛰어났다. 미국 유학파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춘 데다 동양적 우아함을 겸비, 완벽한 퍼스트 레이디란 평을 받았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즐겨입는 그녀 때문에 ‘치파오 외교’란 말이 생겼다.

마오쩌둥의 부인인 장칭은 상하이 배우 출신이다.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권력 4위(정협주석)에 오른 위정성의 아버지 위치웨이가 장칭의 두 번째 남편이다. 장칭은 마오쩌둥의 비서로 일하다 그와 네 번째 혼인을 했다. 30년간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산당으로부터 결혼승낙을 받았지만 딸을 낳은 뒤엔 온갖 위세를 부렸다. 왕광메이의 학식과 미모를 질투, 이혼을 강요하는 등 박해를 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덩샤오핑의 부인인 줘런은 현대 중국 제1부인의 전형이다. 외부행사는 거의 나서지 않고 내조에 치중했다. 2009년 사망했을 때 유언은 남편을 따라 홍콩 앞바다에 골분을 뿌려달라는 것이었다. 덩의 뒤를 이은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부인들도 뒤로 숨기만 했다. 마오쩌둥 사망 후 권력투쟁을 벌이며 중국에 혼란을 일으킨 장칭에 대한 거부감이 주된 이유인 듯하다.

지난 15일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은 빼어난 미모와 고운 목소리로 ‘모란의 요정’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국민가수다. 인민해방군 예술학원총장으로 현역 소장(한국의 준장)이기도 하다. 야학학교 교장인 아버지와 극단 단원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1982년 ‘희망의 들판 위에서’란 곡으로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활달한 성격의 펑리위안은 중국의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 상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에도 빌 게이츠와 금연광고를 찍는가 하면, 2009년 일본 방문때 일왕 즉위 20년 기념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일찍부터 기존 지도자 부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제1부인이 된 지금부터는 달라진 위상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펑리위안은 이달 말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에 시진핑과 동행한다. 왕광메이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퍼스트 레이디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그림자 내조형의 전통을 고수할 것인지 궁금하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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