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구상하는 향후 정치 행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안 전 교수는 17일 밤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안 전 교수 측이 제안하고 박 시장이 동의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안 전 교수의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직전인 9월13일 이후 처음이다. 안 전 교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이 안 전 교수에 힘을 실어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한다면 신당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안 전 교수는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송호창 무소속 의원과 전국을 돌며 ‘신당창당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때 구성된 16개 시·도별 지역포럼을 중심으로 ‘새 정치’ 세력을 모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싱크탱크도 띄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준비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미래연구원’과 비슷한 이 싱크탱크는 안 전 교수 정치 행보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의 첫 번째 관문은 물론 4월 노원병 보궐선거다. 여기서 이기면 본격적인 안철수식 정치가 시작될 수 있지만 진다면 미래는 없다.
다음은 10월 재·보궐 선거다. 민주통합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바람’이 여전하다는 게 입증돼야 의원들이 움직일 것”이라며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새정치 연대(가칭)’의 틀로 10월 재·보선을 치른 뒤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창당은 5인 이상의 의원을 확보해야 의미가 있다. 그래야 연 20억원 이상의 정당보조금과 같은 금액의 지방선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귀국하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 전 교수 간 세력 연합이 이뤄지면 창당 시기는 10월 재·보선 이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손 고문을 따르는 의원은 10여명이다.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는 “손학규 세력과의 연합 없이 신당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내 다른 세력과의 연합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신당의 최대 승부처는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큰형님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한판 대결을 펼칠 것”이라며 “광주시장 등 호남에서 안철수 사람을 당선시키는 게 최대 목표”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신당이 정계개편의 파괴력을 갖지 못하면 ‘제2의 창조한국당’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문국현 전 대선 후보의 지지기반으로 2007년 10월 창당된 한국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을 얻었지만 19대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0.43%에 그치면서 정당법에 따라 해산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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