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스텐 선임연구원
한·일 TPP 가입땐 중국에 큰 압박될 것…한·중·일 FTA 탄력
로즈 선임고문
엔低는 한국에 위기…수출기업 큰 도전에 직면
기술R&D 투자 늘려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선임연구원(전 PIIE 소장)은 “공교롭게도 한·미 FTA 발효 1주년이 되는 날(3월15일)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 참여를 발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을 지낸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선임고문(전 씨티그룹 부회장)은 일본이 엔저(低)를 발판으로 글로벌 자유무역지대에 편입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FTA 1주년 행사에 참석한 두 전문가를 만나 일본의 TPP 가입이 한국의 FTA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어봤다.
▷일본이 왜 TPP에 참여했다고 보는가.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미국의 요구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미 FTA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에서는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가 시행된 이후 한국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버그스텐)
▷한국도 TPP에 참여해야 하나.
“한국도 똑같은 이유로 TPP에 참여해야 한다. TPP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한국이 놓쳐선 안 된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은 TPP를 통해 강력한 경제동맹을 결성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 핵문제 등 동북아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 간 동맹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양국은 국내 정치 상황에 아주 민감한 농산물 개방 등에서 (미국과 협상 때)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버그스텐)
▷일본이 TPP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는지.
“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FTA 국가로 변신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여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엔화의 평가절하가 심상치 않다. 엔저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주력 기업들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엔저와 함께 TPP 가입을 통해 수출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로즈)
▷한국의 대응 방안은.
“기본적으로 교육과 기술, 그리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한국은 미국·EU와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다. 글로벌 자유무역지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선점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자유무역지대를 더 넓혀야 한다. 한국이 TPP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다.”(로즈)
▷오는 26일 서울에서 한·중·일 FTA 첫 협상이 시작된다.
“한·중·일 FTA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과 일본의 TPP 협상 참여는 중국에 큰 압박을 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TPP 협상을 바탕으로 중국에 개방 확대와 무역 기준 국제화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의 TPP 참여가 한·중·일 FTA 협상에 탄력을 줄 것이다.”(버그스텐)
▷한국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동북아 자유무역지도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중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FTA와 ‘아세안+6 FTA’ 등이다. 둘째는 미국이 주도하는 TPP다.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비아시아 지역도 포함한다. 두 개의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통합되겠지만 당분간 중국은 TPP에 가입하지 않고, 미국은 아시아 FTA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투 트랙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버그스텐)
▷한·미 FTA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단순 무역통계만을 놓고 어느 한 쪽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 PIIE는 FTA 영향과 성과를 제대로 분석하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식재산권, 직접투자 등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무역정책이 산업 전반에 반영되는 데도 시간차가 있다. 2000년 체결한 미·칠레 FTA 영향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였다.”(버그스텐)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LG경제硏 보고서 “다자간 FTA·선진국 경제동맹 확대에 대비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세계적인 FTA 증가와 선진국 간 통합 경제권 확대 등 통상질서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한·미 FTA 발효 1년, 통상질서 변화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란 보고서에서 “발효된 지 1년밖에 안 된 한·미 FTA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논란보다는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FTA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세계 통상 판도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한·미 FTA 발효와 함께 바로 없어졌지만 완성차 관세는 2016년 이후에 사라지기 때문에 당장 자동차 분야 성과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또 의약품과 법률 시장도 4~5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때문에 한·미 FTA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을 벌여온 1년간 국제 통상 무대는 크게 변했다”며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흐름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선진국 간 경제권 통합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칠레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위한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원산지 규정이 복잡해 행정 비용이 급증하는 양자간 FTA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소규모 다자간 FTA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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