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실패 우리금융 민영화 서두를 것"

입력 2013-03-17 17:02   수정 2013-03-18 01:06

다른 금융지주사의 M&A도 가능한 대안
MB 정부 공약 '산은 민영화'는 신중히 검토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을 최대한 빨리 팔겠다는 뜻을 밝혀서다. 반면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에는 다소 유보적 견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산은금융 민영화는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와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은 ‘조기 민영화’

금융위원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신 내정자는 18일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종훈(새누리당)·김영주(민주통합당)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이 같은 구상을 내놨다. 신 내정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매각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사에 합치는 메가뱅크(초대형 금융회사) 설립이 우리나라에 적합하느냐’는 질문엔 “다른 금융지주사의 인수·합병(M&A)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하나의 가능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국민주 방식의 매각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 후보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현금상환 합병(교부금 합병)’ 방식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를 공산이 커졌다. 현금상환 합병은 교환하는 주식의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을 현금이나 회사채로 지급하는 것으로, 우리금융 인수를 염두에 둔 다른 금융지주 입장에선 단순 합병 때보다 돈이 덜 들고 정부 지분율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순 지분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을 소유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분 95% 이상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10조원 안팎의 돈이 들어가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상환 합병을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KB·신한·산은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잠재적 인수자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문제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덩치가 큰 우리금융을 인수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외국인 주주나 노조, 정치권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세 차례나 매각을 추진하면서 ‘통매각’과 ‘분리매각’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다.

○산은금융 민영화는 ‘신중모드’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었던 산은금융 민영화에 대해선 온도 차를 보였다. 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신 내정자는 “시장 마찰(국책은행인 산은이 민간영역에서 경쟁한다는 지적)을 없애려면 조속히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선다”며 “각계 의견과 시장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정부가 산은금융 민영화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2009년 4월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한 산은법 개정안을 다시 바꿔 예전처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신 내정자는 우리 및 산은금융 민영화 이외의 주요 금융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된 ‘국민행복기금’의 연체채무 매입·감면은 단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못박았다. 금융정책 및 감독기능 분리나 국제·국내금융 정책기능을 한쪽으로 이관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장창민/이현진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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