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감독·소비자보호 '쌍봉형 체제' 전환
금감원 노조 반발 예고…금융사 "시어머니 늘어"
여야가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한 주요 사항 중 하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여야는 올 상반기 중 정부로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도 조직으로 떼어내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수정,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법안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 내에 두도록 돼 있다. 금융위는 여야 협의 및 공청회를 거쳐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에 어떤 권한과 책임을 줄지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시어머니(감독기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금융계의 우려 등을 감안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던 데다, 여야가 이번에 합의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에 초점을 둔 별도 기구 설립을 서두르겠다는 게 금융위의 기본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 금감원은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중심으로 두 개의 조직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건전성 감독 및 소비자 보호기구가 양립하는 이른바 ‘쌍봉형(twin peaks)’ 체계로 전환된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기구 간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쌍봉형 체계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이미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에 포괄적 감시 권한을 부여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설치해 소매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감독하는 방법을 택했다. 영국은 올해 영국금융청(FSA)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청(PRA)과 행위규제·소비자보호 업무를 맡는 금융규제청(FCA)으로 분리한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금감원에서 분리할 경우 금감원 직원과 노조의 강력한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감독 체계를 쌍봉형 모델로 전환하면 앞으로 5년간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감독체계를 뜯어고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어 “직원들과 노조의 거센 반발로 자칫 금감원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정책·감독기관 통합 문제는 당분간 매듭을 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금융정책 및 감독 기능 통합이나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정책 기능을 한쪽으로 이관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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