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로 눈돌린 개미…철강·화학 '정조준'

입력 2013-03-18 16:54   수정 2013-03-19 02:19

코스닥서 차익실현 후 5일 연속 유가증권 순매수
LG화학·포스코·현대重 등 경기민감株 저가 매수
"당분간 주가부진 못 면해"…"지금이 매수 타이밍" 엇갈려




개인투자자들이 한 달여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개인들이 주로 사들이는 종목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LG화학 포스코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등 소재·산업재 업종 대형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종목은 업황 부진으로 최근 2~3년간 주가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 강세장에서 차익 실현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 개인들이 소재·산업재 종목의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 화학·철강·조선주 집중 매수

개인들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0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2일부터 닷새 연속 순매수다. 이 기간 개인들은 총 966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닷새 연속 주식을 사들인 건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그 사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주력했다.

개인들이 다시 활발하게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8일 17조210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지난 14일엔 18조6262억원으로 불어났고,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1104억원 증가해 지난 14일엔 4조2111억원을 기록했다.

한 국내 증권사 영업부 관계자는 “코스닥지수가 55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개별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자 일부 발빠른 개인들이 코스닥에서 차익 실현한 돈으로 그동안 덜 오른 유가증권시장 종목들을 사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나흘(지난 12~15일)간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장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철강·화학·건설·조선 등 4개 업종으로 채워졌다. LG화학 포스코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이 개인들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은 종목들이다.

○“당분간 주가 부진” vs “지금이 매수 적기”

개인들의 집중 매수에도 불구하고 소재·산업재 종목들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이달 들어 LG화학은 9.44% 하락했고, 포스코(-7.78%) 삼성중공업(-7.24%) 롯데케미칼(-13.24%) 등도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기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망을 수정하고 있는데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업종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오지만 화학 철강 조선 업종은 1분기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최소한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까지는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가 작년 3분기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지만 경기의 절대 수준 자체가 낮아 국내 소재·산업재 업종의 실적 회복을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또 “국내 소재·산업재 업종의 밸류에이션(펀더멘털 대비 주가 수준)은 미국 증시 대비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향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소재·산업재 업종이 랠리에 동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재·산업재 업종을 싸게 사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재·산업재 업종은 올 2분기까지는 실적이 좋지 않고,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해 연간과 내년까지를 놓고 보면 소재·산업재 업종이 주식시장의 ‘위너(winner)’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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