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빚갚는 지방개발공사

공사채 1년새 83% 급증
작년 10조1801억 발행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지방공기업들이 공사채 발행으로 부채를 갚는 등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에 빠졌다. 특히 앞다퉈 택지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도시개발공사들이 채권 발행으로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광역 도시개발공사 16곳과 기초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 7곳 등 23개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지난 한 해 동안 발행한 지방공사채 규모는 총 10조1801억원으로, 전년(5조5506억원) 대비 83.4% 늘어났다. 지방 도시개발공사 공사채 발행 증가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지난 15일 기준으로 2조2000억여원에 달했다. 작년 지방 도시개발공사 공사채 발행은 대부분 기존 빚을 갚는 ‘차환 용도’였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지방공사채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지방 공기업은 서울시 산하 SH공사로, 3조9986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시공사(1조8692억원), 인천도시공사(1조1777억원), 부산도시공사(1조1607억원)가 뒤를 이었다.

SH공사의 공사채 발행 규모는 2011년 2조1493억원에서 1년 새 86.0% 늘어났다. 경기도시공사는 233.7%, 인천도시공사는 65.4%, 부산도시공사는 216.2% 각각 증가했다. 2011년 공사채 발행 규모가 2억1900만원이었던 화성도시공사는 작년 137배 늘어난 300억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했다. 충북개발공사도 공사채 발행 규모가 1년 사이 8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올해 갚아야 할 액수는 6조4724억원에 달한다. 공사채들의 연도별 만기 도래액을 보면 내년에는 8조4306억원으로, 올해보다 더 늘어난다. 2015년 4조5034억원, 2016년 1조1365억원, 2017년 2930억원으로 향후 5년간 상환해야 할 채권의 액수는 20조836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지방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늘어난 것은 1차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비롯됐다. 김영철 행안부 공기업과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지가 안 팔려 재고자산이 쌓이고, 부족한 사업자금을 채권 발행으로 때우는 식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정밀한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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