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살던 제인 로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간을 당해 아이를 갖게 됐는데 낳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피고였던 지방검사 헨리 웨이드의 이름을 딴 ‘로 대(對) 웨이드’의 소송이다. 연방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싸움 끝에 원고인 로의 손이 올라갔다. 여성에게 낙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게 미국에서 처음 합법화됐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제인 로는 후에 가톨릭으로 개종, 낙태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 연방법원은 2003년 낙태가능기간을 임신 28주에서 12주로 줄인 공화당 법안을 합헌으로 인정, 낙태 반대론자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로 대 웨이드의 소송 결과에도 불구하고 낙태논쟁이 얼마나 복잡하고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낙태만큼 인류사에서 오랜 논쟁거리는 드물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플라톤은 어머니가 40세 이상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족 숫자에 따라 낙태를 하거나 영아살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낙태가 금지된 것은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을 점령한 뒤의 일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인구급증에 대한 경계론이 제기된 근대 들어서 낙태논쟁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낙태의 적법성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언제부터 태아에 생명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다. 가장 짧은 것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데 걸리는 48시간 이후부터 생명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48시간 이후 수정란이 분열되면 쌍둥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14일설’은 수정 후 자궁 내막에 착상이 완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때부터 태아와 모체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60일설’은 뇌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28주설’은 1967년 영국에서 처음 제정됐다. 28주는 당시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살려낼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중국에서 1971년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된 뒤 3억3600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졌다고 한다. 미국에선 같은 기간 낙태수술이 5000만건 이었다니 중국에선 적법성을 따질 여유도 없이 낙태가 성행했던 것 같다. 중국에서 낙태가 성행한 것은 전통적인 남아선호 경향이 아이를 한 명만 낳도록 하는 정책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요즘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를 줄여 작년 48만명 선이던 신생아를 70만명으로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생명도 보호하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치 않는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법과 현실, 도덕과 종교, 개인과 사회의 책임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부딪친다. 낙태는 정답은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 없는 중요하고도 미묘한 문제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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