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오일 무섭네"…중동 석유패권 '흔들'

입력 2013-03-18 17:16   수정 2013-03-19 05:01

OPEC "올 원유시장 점유율 33%"…11년만에 최저 수준

美 셰일오일 하루 생산량 4년새 800배 폭증
원유수요 지속 감소 … 에너지 판도 변화 예고




세계 석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셰일오일(퇴적암의 일종인 셰일층에 있는 오일)’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OPEC은 최근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OPEC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이 보고서를 두고 “셰일오일의 위협을 무시해 왔던 OPEC이 셰일 혁명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셰일오일 개발에 따른 전체 석유 공급량 증가로 유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셰일 혁명’에 위축되는 OPEC

OPEC은 최근 3월 원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OPEC이 생산한 원유 수요는 이전 예측치보다 하루 평균 10만배럴 감소한 2970만배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3010만배럴이던 지난해 OPEC 원유 수요보다 40만배럴 줄어든 수치다.

OPEC은 이 같은 하향 조정의 이유로 미국 등 비(非) OPEC 국가들이 공급하는 셰일오일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셰일오일은 셰일가스와 함께 셰일층(혈암)에서 나온다. 탄소 함유량이 많고 황 함량이 적은 경질유로,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 상용화에 처음 성공했지만, 미국에서 추출(파쇄·fracking) 기술이 발달하면서 2~3년 전부터 생산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은 2009년 하루 2500배럴이었으나 지난해 200만배럴로 800배 증가했다.

WSJ는 “OPEC은 올해 예상되는 전체 원유 수요의 33.1%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지난해의 35%보다 낮은 수치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도 지난 14일 ‘OPEC이 셰일 혁명에 벌벌 떨고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고 “OPEC이 마침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혁명을 인정하면서 잠 못 드는 밤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시장 판도 변화 예고

셰일오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동 석유 패권이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다.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강국인 러시아 등이 최근 위협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셰일오일 매장량을 2400억배럴로 추정한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수치로, 이들 국가를 합치면 총 7220억~1조860억배럴에 달한다. 전통 원유의 27~4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IEA는 지난해 미국의 원유 생산이 2020년이면 OPEC의 핵심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대미(對美) 원유 수출 물량은 2011년께부터 급격히 줄고 있다. 폭스 뉴스는 “OPEC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글로벌 오일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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