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소기업 정책의 최고 수장으로 지명받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사진)가 어이없는 일로 돌연 중도 하차했다.
18일 청와대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황 내정자는 중기청장 임명 직전인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유는 본인이 대표인 회사(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처분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식을 보유한 채 공직에 임명될 경우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의미를 황 내정자가 잘못 이해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본인이 사과의 뜻을 밝히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공직자가 재임 기간 중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업무와 연관된 보유 주식을 대리인에게 맡겨 처리하거나 관리하게 하는 제도다. 공직자윤리법(제14조 4항)에 따르면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이면 ‘한 달 내’ 매각하거나 처리 전권을 타인에게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한 경우 위임받은 기관은 60일 이내에 처분하도록 돼 있다. 황 내정자는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25.45%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는 700억원 정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 내정자 인사 검증 당시 이미 백지신탁 조항을 알고 있었고 본인에게도 통보했다”며 “본인이 문제가 없다고 해 당연히 보유 주식을 처분할 줄 알고 임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에 나설 경우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하는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해 이런 실수가 있었다”며 “미래 창조경영을 맡겨주신 대통령께 송구스럽고 국민에게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전례 없이 수백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기업인을 청장으로 임명하면서 사전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종태/박수진 기자 jtchung@hankyung.com
■ 주식 백지신탁
고위 공직자로 임명된 사람에게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하거나 공직과 무관한 대리인에게 맡기도록 한 제도.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폐쇄펀드’ 또는 ‘블라인드 트러스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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