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시의회 갈등 3년] '성남 모라토리엄 선언' 때부터 사사건건 대립…타협은 없다

입력 2013-03-19 16:53   수정 2013-03-19 22:42

시립의료원·도시개발공사 …부결·가처분으로 얼룩져
시장은 의회 출석 거부…시의원 "등원 못하겠다", 올해 예산안 처리 무산
중앙 정치권 갈등과 판박이



2010년 7월1월 부임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일 후인 12일 첫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뉴스거리’를 발표했다. 그는 “판교신도시 공동공공시설물 사업비와 초과수익부담금 등 5200억원을 일시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채무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1위,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수원과 통합 창원시(창원 마산 진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부자 도시’ 성남시가 지자체 사상 초유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한국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민선 5기의 성남시정은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시·시의회,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

성남시는 2007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판교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써야 할 판교특별회계 5400억원을 신청사 건립을 위해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용했다. 사업비 3222억원이 들어간 신청사는 지자체 규모에 걸맞지 않은 호화 청사로 지금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이 시장은 “전임 집행부의 잘못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해양부에 갚아야 할 5200억원을 갚을 여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남시의회의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시장의 정치쇼’라고 반발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그해 9월 양측은 이 시장의 핵심 공약인 시립의료원 설립을 놓고 충돌했다. 이 시장은 시가 의료원을 직접 운영하는 ‘성남시 의료원 설립·운영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새누리당은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며 부결시켰다.

이어 시의회는 성남문화재단, 청소년육성재단 등 산하단체 대표 및 임원 임명 동의안을 수차례 부결시켰다. 이 시장은 시의회를 맹비난하며 의회 출석을 거부했고,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통과된 조례 5건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시장 취임 첫해부터 갈등을 빚은 시와 시의회는 이듬해인 2011년 1월 또다시 충돌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던 이숙정 시의원이 동사무소에서 ‘나를 몰라본다’며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민주통합당은 제명안을 세 차례 부결시켰다. 2010년 시장 선거에서 김미희 민노당 후보(현 통합진보당 의원)와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 이 시장이 당시 이 의원을 감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시의회는 지난해 7월 하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의장 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다 4개월간 장기 파행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최윤길 현 의장이 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된 의원을 제치고 출마해 당선되자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최 의장이 밀실 야합했다며 등원을 거부했다.

이후 넉 달 만인 11월 원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시가 제출한 ‘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을 놓고 시와 시의회는 또 마찰을 빚었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12월31일 회계연도 마지막 날까지 등원을 거부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무산돼 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체제에 돌입했다. 준예산체제는 1주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시와 의회의 갈등은 지난달 28일 또다시 불거졌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반대해온 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이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탈로 가결된 것이다. 이에 시 집행부와 의회 새누리당은 맞고소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찬성표를 던진 강한구 의원을 제명하는 등 당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와 의회의 극한 대립 속에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추경예산안 1730억원 중 612억원을 삭감했다. 시의회는 창의교육도시 사업(130억원)과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 사업 타당성 용역비(352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대화와 타협 실종된 ‘최악의 사례’

2011년 성남시를 내사한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시정 파행의 원인을 ‘시장의 독단·독선 행정’과 ‘시의회의 발목잡기’로 분석했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민사회 운동가 출신인 이 시장의 독특한 스타일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2011년 내사 보고서는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시장은 트위터 등 온라인 행정을 펼치면서 젊은 층이나 일부 시민들에겐 인기가 있지만 비토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의회가 사사건건 시 행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현 지방자치 여건상 지방의회가 발목을 잡으면 지자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새누리당이 중앙 정치에 휘둘리면서 이 시장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내용도 2011년 청와대 보고서에 포함됐다. 지역 유지들이 지방의원직을 중앙 정치권으로 가는 통로로 여기다 보니 지역 민생 현안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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