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참패한 2010년 6월 지방선거 1년 뒤인 2011년 6월. 당시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에는 이재명 성남시장(민주통합당) 취임 후 시의회와 갈등으로 파행을 겪던 성남시 ‘현황 및 원인 분석’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경기도는 2011년 초 성남시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고 2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
당시 조사를 지휘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시장 취임 이후 성남시정의 파행이 반복된다는 지적에 따라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다”고 19일 밝혔다.
이 조사와 관련,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성남시정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대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성남의 보수 시민사회단체를 움직여 주민소환 투표를 유도한다는 방법론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 파장과 정치적 역풍이 워낙 커질 수 있어 내부 논의 수준에서 끝났다고 이 관계자는 증언했다.
당시 청와대와 행안부는 왜 메가톤급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는 시장 주민소환까지 논의했을까. 성남시와 시의회의 반목과 갈등사를 보면 그 답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7월 이 시장 취임 직후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는 민주당 소속인 이 시장과 달리 시의회 다수당은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판교신도시 조성 공사비 5200억원에 대한 채무 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부터 성남시립의료원·도시개발공사 설립 논란, 시 산하 재단 대표의 임명 부결까지 시와 시의회는 매번 부딪쳤다. 지난해에는 법정 시한(12월31일)까지 새누리당의 반대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1주일 넘게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체제를 맞기도 했다.
이러자 시는 다수당의 본회 집단 등원 거부를 막겠다며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상대로 ‘보이콧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 11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지자체의 이런 소송은 1995년 민선 지자체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새누리당 측은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비정상적으로 통과됐다며 조례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같은 법원에 냈다.
성남시정 파행에 대한 진단은 엇갈린다. “당리당략만 중시하는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시정 마비.”(이 시장) “독선적인 행정과 시의회를 무시하는 시장 책임.”(시의회) 이렇게 양쪽의 주장은 팽팽하다.
이 같은 대립과 반목의 뿌리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 행정이 여야가 수시로 극한 대립하는 중앙정치를 판박이로 닮아가며 중앙정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유정복 행안부 장관이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배경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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