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 공직 진출…'황철주法' 생긴다

주식 백지신탁 대신 '보관신탁'…지분 안팔고 경영참여는 금지


정부가 창업기업인이 고위 공직에 진출할 경우 보유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팔지 않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주식보관신탁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내정 사흘 만인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하고 정부 인사에 혼선이 빚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행정안전부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유능한 기업인의 공직 진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보관신탁제도를 포함한 주식 백지신탁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9일 발표했다.

행안부는 창업기업인 또는 기업 지배권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고위 공직에 임명될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해당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보관신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다만 이들이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이사회 및 경영 참여를 금지하는 등 기업 경영에는 어떤 형태로도 관여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4조4항에 따르면 재산 공개 대상자인 고위 공직자는 본인과 이해관계자 보유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한 후 처분해야 했다.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주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지만 황 내정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컸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황 내정자의 전격 사퇴와 관련, 이날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창조경제의 핵심축인 중소기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 황 내정자가 백지신탁 규정으로 인해 사임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현장 경제를 잘하는 기업인이 불합리한 법규 때문에 공직에 참여하는 길이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이라며 “현행 주식백지신탁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기중앙회는 신탁 주식의 주가 상승분을 국고로 환수하거나 공직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정부가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업인 출신인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너 기업인이 고위 공직에 진출했을 때 반드시 보유 주식을 처분토록 한 현행 공직자윤리법 규정은 기업인의 공직 진출을 막아 자칫 창조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공직자 윤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관련 규정을 고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박수진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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