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선임' 표대결로 가나

입력 2013-03-19 17:24   수정 2013-03-20 02:27

'ISS파문' 여파 22일 주총서 통과여부 불투명
다급해진 어윤대 회장, 전방위 주주설득 나서



KB금융지주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주총 안건인 KB지주의 이사 선임안이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9명 중 7명의 연임과 한 명의 신규 선임안 찬성 여부를 묻게 된다.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3명을 ‘정부 측’ 인사로 지목하며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사외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고서 권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사회가 지난 18일 ISS와 접촉한 박동창 부사장의 직위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도 박 부사장이 이경재 의장의 연임을 무산시키기 위해 위임장 확보를 꾀하려 했다고 판단해서다. 박 부사장은 어윤대 KB지주회장의 최측근 인사다. 사외이사들의 반발에 직면한 어 회장을 비롯해 KB경영진은 주주 설득작업에 나섰다.

○주총 표대결 가능성도

지분율 8.58%로 KB지주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20일 열릴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4.00%)를 비롯한 다른 국내 투자자 또한 KB금융지주가 주총 안건에 상정한 안건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외국인 주주들이다. KB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내오고 있다. KB지주는 정관에 따라 주총 7일 전부터 해당 안건에 대해 서면 투표를 접수한다.

이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내와 지주 내부에서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고 밝혔다.

ING그룹의 찬반 여부도 관건이다. KB지주 측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와 관련해 지루한 협상을 벌였는데도 계약이 무산됐기 때문에 회사 측 안에 순순히 동의해줄 지 불투명하다.

○어 회장, 사태 수습 나서

KB지주 경영진과 사외이사 사이에선 최악의 경우 주총에서 KB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KB지주 측은 해외 주주들에게 이번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부탁하는 협조 이메일을 보낸 상태다. 어 회장도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접촉하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KB지주 쪽에서 직·간접적으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KB지주의 지분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기관투자가도 “ISS가 ‘정부 측 사외이사’로 거론한 이경재 의장, 배재욱 변호사,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정부의 영향 없이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락을 KB지주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도 20일 다시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경영진에게서 주주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고받기 위해서다. 한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비춰져 창피하다”며 “계속 자리를 보전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박신영/장창민/박동휘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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