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드 샌드빅 메타메트릭스사 수석부사장
'렉사일(lexile) 지수'. 이름도 낯선 이 단어는 영어독서지수를 뜻한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매년 50개 주 30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독서 능력과 영어도서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평가지수다.
렉사일 지수는 TOEIC TOEFL 점수나 IQ 같은 특정한 능력의 수치와는 조금 다른 개념. 독자의 영어독서 능력과 영어도서 난이도를 통일된 잣대로 측정하는 게 우선이다. 렉사일 지수 측정을 통해 독자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도서를 찾아주는 게 목표다.
렉사일 지수를 개발한 미국 메타메트릭스사는 영어 학습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 거점을 확보했다. 지난해 서울에 아시아지부를 설치한 후 렉사일 지수 알리기와 파트너사 확보 등에 나섰다.
연초에 이어 최근 다시 방한한 토드 샌드빅(Todd Sandvik) 메타메트릭스사 수석부사장(43·사진)을 20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 렉사일 지수란 정확히 무엇인가.
"온도계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온도의 높고 낮음을 측정해 숫자로 표현하듯 렉사일 지수는 텍스트의 난이도를 수치화 시킨다.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매우 유용한 공통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 어떻게 측정하나. IQ 테스트 같은 것인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문장 길이와 어휘의 난이도, 두 가지다. 지문이 길고 단어가 어려우면 렉사일 지수가 높아진다. 20여년간 수십만 개의 단어 리스트를 시험하고 사용 빈도를 측정해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지문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툴(tool)을 마련했다. 예를 들면 렉사일 지수와 토플(IBT) 성적이 연계된다. 토플 문항에 상응하는 문제를 만들어 링크했다. 토플 점수가 몇 점이면 렉사일 지수는 몇 점,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
- 왜 필요한가.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하다.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는 아이를 혼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제의식은 거기에서 출발했다. 의미 있는 기준을 만들자는 취지로 힘을 합친 결과물이 렉사일 지수다. 이 지수를 활용하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거나 사줄 수 있다."
-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나.
"미국에선 30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사용한다. 특히 50개 주 가운데 25개 주 정도가 렉사일 지수를 공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주 정부가 메타메타릭스사를 지원하고, 학생들은 무료로 렉사일 지수를 이용하는 구조다. 연구 과정에서 빌게이츠재단의 후원을 받기도 했다."
- 전미에 렉사일 지수가 전파된 비결은.
"공통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공교육 향상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50개 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잣대가 요구된다. 미국에도 50개 전체 주를 아우르는 진단고사 성격의 시험이 있는데, 렉사일 지수와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맞춤 독서 개념이 흥미롭다. 100% 이해가 오히려 안 좋다는 얘긴데.
"렉사일 지수는 높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독서 이해도가 50% 이하면 독서 의욕이 떨어지고, 90% 이상이면 지루해진다. 65~80%, 평균 75% 정도의 이해도가 이상적 맞춤독서다. 신발 사이즈 같다고 할까. 사이즈를 재서 발에 맞는 신발 신는 것과 비슷하다."
- 구체적 성과나 좋은 사례를 소개해 달라.
"미국은 여름방학이 3개월에 달할 정도로 길다. 이 기간 동안 학습능력이 퇴보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낙폭이 컸다. 독서와 학습능력 퇴보, 빈부 격차가 연결되면서 이슈가 됐다.
하버드대 교수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학습능력 유지 방법을 찾았다. 3개월간 수준에 맞는 책 8권을 읽으면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렉사일 지수가 여기에 활용됐다. 수준에 맞는 지속적 독서가 학습능력 유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한국은 선행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렉사일 지수가 적용될수 있을지.
"본인 수준에 맞는 꾸준한 독서는 현 수준 유지뿐 아니라 능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선행학습보다 낫다. 영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단어, 문법 공부보다 좋아하고 수준에 맞는 책을 읽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 영어가 모국어인 경우와 아닌 경우를 똑같이 측정해도 무리 없나.
"무게를 잴 때 전 세계적으로 kg 단위를 쓰지 않나. 유사한 개념이다. 기본적 어휘 능력의 척도는 언어학적 기준으로 보면 된다. 영어가 모국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렉사일 지수가 추구하는 독서 이해도가 75% 수준이란 걸 상기해 보라. 문맥만 정확히 이해한다면 언어학적으로 모국어와 비(비)모국어 사용자의 오차는 1~2% 수준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란 말로 이해된다.
"모국어가 뒷받침된 사람은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더라도 지문 분석과 이해엔 별 탈이 없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문장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은 모국어의 기초가 돼 있으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TOEIC TOEFL 점수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국내에선 어떤 기관들과 제휴하고 있나.
"렉사일 지수는 미국에선 개발과 전파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쪽에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엄청난 교육 열정과 발달된 IT(정보통신) 기술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관련 학회에서의 발표와 교수들과의 연계를 통해 서울대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TOEFL 주니어엔 항상 렉사일 지수가 표기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인터파크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렉사일 지수가 표시된 영어도서를 내놓고 있다. 비상교육과는 최근 차세대 영어교육 프로그램 관련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읽기 분야에 우리 기술을 전수했다."
- 사교육용이란 오해가 있었다. 설명을 들으니 공익적 목표가 있다는 생각이다.
"쉽진 않겠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교육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빈부 격차, 저소득층 교육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메타메트릭스사의 방향은 직접적 수익모델보다는 영어독서 원천기술 쪽에 가깝다."
◆ 토드 샌드빅 부사장은…
2002년 입사 후 국제 파트너십 확장 업무를 맡고 있다. 렉사일 기술을 이용해 개인별 독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인게이징 잉글리시'를 설계했다. 개발 부사장과 운영부장을 지내며 ETS 등과 다양한 교육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미국 몬타나대에서 영어영문학 학사를, 듀크대 푸쿠아 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엔 두 달에 한 번 꼴로 방한할 만큼 한국의 교육과 문화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10월 경주동아국제마라톤 완주로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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