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는 ‘박스권’에 갇혀서 맴도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금융지주 계열 A금융투자회사 관계자에게 “요즘 분위기를 보니 사장이 바뀔 것 같은데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박스권’이란 주가가 크게 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크게 빠지지도 않으면서 갇혀 있는 구간을 의미한다.
A사의 모회사인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그 여파로 A사 사장 역시 ‘낙하산의 낙하산’이 차지했다. 이 관계자는 “사장이 바뀐 첫해는 ‘적응의 시기’, 둘째 해는 ‘전력 질주의 시기’, 셋째 해는 ‘쉬어가는 시기’라는 공식이 직원들 사이에서 정립됐다”며 “그러다 보니 회사도 큰 발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은 대부분 직원들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실적을 낼 만한 사업이 있어도 사장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만난 B금융투자회사의 임원은 회사의 자산관리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쟁사에 비해 자산관리 부문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금융투자회사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잘 나가다가도 ‘낙하산’으로 사장이 바뀌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우리 회사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대통령 선거 이후 여의도 증권가의 주된 관심사는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거취였다. 이들의 ‘운명’에 따라 산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도 연쇄적으로 ‘인사태풍’이 몰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전망은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산하기관 인사 때 국정 철학을 공유한 인사들을 중용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금융지주회사 회장 역시 조만간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1년 금융투자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상당수 사람들은 구조조정으로 짐을 싸야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해 있다. 하지만 요즘 금융지주 계열 금융투자사 직원들은 ‘박스권’에 갇힌 채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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