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들도 몰랐다는 '주식 백지신탁'

입력 2013-03-20 17:18   수정 2013-03-21 03:38

청와대 프리즘

공직 떠나면 돌려받는다고?…맡긴 주식은 60일내 매각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돌연 사퇴하게 된 이유였던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대해 청와대 핵심 수석들조차 그 의미를 정확히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백지신탁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 보유한 주식(3000만원 초과)이 직무와 연관성이 있으면 금융회사 등에 맡겨 처리하도록 하는 제도로 공직자윤리법에 명시돼 있다. 신탁계약이 체결되면 금융회사는 이를 60일 내에 처분해야 한다.

황 전 내정자는 지난 18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내정 통보 당시 백지신탁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았는데 일정 기간 신탁이라고만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지분을 되찾을 수 없고 경영권을 포기해야 해 어쩔 수 없이 사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황 전 내정자는 자신이 대주주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25.45%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는 700억원 정도다.

청와대 한 수석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말 그대로 신탁으로만 알고 있었고 공직을 떠나면 다시 찾아오는 걸로 이해했다”며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 기업 전문경영인을 고위 공직자로 데려온 경우는 있었지만 경영권을 가진 오너를 임용한 사례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은 주식을 처분하면 끝이지만 오너는 경영권까지 포기해야 해 백지신탁제가 있는 한 오너의 공직 임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핵심 수석들뿐 아니라 황 전 내정자 인선 과정에서 검증을 맡았던 실무진 중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백지신탁의 의미를 몰랐다고 한다. 정상적으로라면 본인의 동의를 받아 사전 검증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걸러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내정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백지신탁 조항을 전달하면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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