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총 안건도 못잡아
인사 기준 심의할 공공기관 운영委도 파행
한국전력의 사내 상임(등기)임원 7명 중 조인국 부사장을 포함한 3명은 지난 10일로 이미 임기가 끝났다. 또 다른 한 명도 내달 21일 임기가 만료된다. 모두 경영지원, 기술 엔지니어링, 원전 수출을 포함한 해외부문을 맡고 있는 핵심 임원이다.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지만 이사 선임은 안건으로도 잡혀 있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부문 인사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 인사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공기업 사장과 공공기관장은 물론 감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들의 인사는 오리무중이다.
공석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전광우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달 1일 임기가 끝나는 서부발전 사장에 이르기까지 후임을 뽑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한전처럼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이번 달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등기임원만 줄잡아 70명에 달한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지난 1월 후임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실제 공모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추진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일단 스톱시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30일 끝나지만 연임이나 재선임 등에 대한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총 안건에는 등기이사 선임이 빠져 있다”며 “사외이사 임명도 정부와 사전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에너지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정동극장장도 이달 28일 임기가 끝난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복지정보개발원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조세연구원장, 농촌경제연구원장 후임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운위’는 열리지도 못해
공공기관들이 공모절차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심의할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가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매달 한 번씩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이 미뤄지면서 회의를 주재할 재정부 2차관조차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주 중 차관 인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안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의를 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인사가 정리되고 부처별로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야 장관들이 산하기관 현황 파악과 기관장 교체 여부를 포함한 인사작업을 할 수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안 나갔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이 같은 병목현상은 있어왔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특히 심하다는 게 관가의 평이다. 2008년의 경우 공기업과 공공기관장에 대한 일괄사표 및 선별수리 방침이 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공공부문 인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기관장을 선임하라는 추상적 지침만 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라는 것인지 세부방침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각 부처도 산하기관 임직원의 잔여임기를 판단할 때 어떤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놓고 홍역을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률을 바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임기를 두고, 그렇지 않은 자리는 비임기제로 나눠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이정호/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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