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집안싸움'에…투자자·직원 뿔났다

입력 2013-03-20 17:22   수정 2013-03-21 04:47

"기업가치 훼손은 누가 보상하나" 불만 고조
임시이사회 20분만에 종료 … 주주 설득 '성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 치열한 감정싸움을 보면 솔직히 일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윗분들이 과연 금융지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이 주주들을 상대로 회사 측이 상정한 이사선임 안건을 통과시켜 달라고 설득에 나서면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정작 내부 직원과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ING한국법인 인수를 둘러싼 양측 간 신경전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사외이사들의 자리 보전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산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국민은행 지점장은 “현재 경영진이나 사외이사 모두 임기가 끝나면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지만 싸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은 직원들”이라며 “이번 갈등으로 훼손된 기업가치는 누가 보상해주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의 한 영업점 직원은 “최근 재형저축 가입자 발굴, 중소기업 대출자산 확대 등 영업점에 떨어진 목표를 채우는 것만 해도 숨이 찰 지경인데 (KB지주 경영진과 이사회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직원들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점마다 반복되는 각종 사태도 KB지주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시로 검사권을 동원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데다 사외이사들의 권한이 과도하게 강해 오히려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2004년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0월 연임을 목표로 뛰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와 관련된 문책성 경고를 받고 옷을 벗었다.

이후 취임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이후 금융감독으로부터 고강도 검사를 받고 결국 사퇴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당시만 해도 확고한 1위 은행이라고 자부했지만 최근 신한은행이 쫓아오는 것을 보면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며 “주기적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다 보면 일관된 경영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항의도 거세다. 22일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 갈등으로 주가가 떨어진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소액투자자도 적지 않다.

ING생명 인수 기대로 작년 9월 4만200원까지 올랐던 KB지주의 주가는 인수 지연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안이 부결된 12월18일 주가는 3만8200원. 이후에도 주가는 약세를 보여 20일 종가 기준으로 3만6550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2012년 12월 18일~2013년 3월20일) 3만7850원에서 3만8350으로 올랐다.

한편 이날 열린 KB지주 이사회는 경영진으로부터 외국인 주주 설득작업 현황을 들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직후 “(사외이사 선임 등 주총에 상정된 안건이)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KB지주 관계자는 “경영진이 설득에 나선 덕분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상당수 외국인 주주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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