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심층 진단
현대·기아차 수요 확대…칭다오 공장 수익성 개선 전망
美에 집중된 수출은 단점…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적 부담도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뒤를 잇는 업체다. 브랜드 파워나 생산능력 면에서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성은 이들 업체보다 뛰어나다.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중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교체용 타이어(RE) 시장이 반등할 경우 넥센타이어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가 역사적 고점 대비 약 30%나 조정을 받은 상태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있다.
다만 수출국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 경기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감가상각 규모가 큰 점은 재무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는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인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 매출 중 RE 비중은 약 85%에 달한다. 다른 타이어업체들이 통상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타이어 시장은 신차용 타이어(OE) 시장의 회복과 RE의 부진으로 압축된다. 시장 환경은 넥센타이어에 불리한 셈이다.
하지만 RE가 부진에서 탈피하는 시점이 오면 넥센타이어는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된다. RE 시장의 바닥이 언제쯤일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바닥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올 2분기, 늦어도 3분기쯤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타이어 교체를 염두에 두는 시기는 보통 신차 출시 이후 4년 정도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9년 초다. 차가 가장 안 팔렸을 때다. 그러다 그해 후반으로 갈수록 자동차 소비가 급격히 살아났다. RE 시장의 반등을 올해 안으로 예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넥센타이어의 RE 비중이 크다고 해서 OE의 성장성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국한된 OE 영역이 확대될 경우 기업가치는 한 단계 더 오를 전망이다. 넥센타이어는 후발주자여서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이 5% 수준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15%까지 상승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금호타이어의 파업 등을 거치며 납품처를 다양화한 덕분이다. 넥센타이어는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의 완성차 업체들와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며, 곧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OE 비중 확대는 5000억원을 투입한 창녕 공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작년 3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창녕 공장은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에 최적화됐다. 타이어 수요 둔화기였던 만큼 늘어난 생산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컸다. 창녕 공장은 분기당 240억원의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 넥센타이어의 생산 규모와 매출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OE 비중이 커지면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다. OE가 RE에 비해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에 적합해서다. 납품을 전제로 접촉하고 있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부터 납품이 예정돼 있다. 올 하반기에 차례로 공급계약에 관한 공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업체에 OE를 공급하면 RE 수요 증가에도 크게 기여한다. 사용자들은 익숙한 제품을 더 쓰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를 달고 나온 신차를 구매한 고객은 타이어 교체 시 아무래도 넥센타이어를 더 찾게 된다. OE의 비중 확대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의 또 다른 고민은 해외 시장이다. 한국타이어가 미주, 유럽 등으로 시장을 고루 분산한 것과 달리 넥센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미국 비중이 크다. 생산량이 적은 탓에 시장 다변화가 무의미했던 측면이 있다. 미국에 납품하는 OE가 없는 넥센타이어는 RE 위주로 수출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 RE 시장 침체에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세이프 가드,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換)손실까지 겹쳤다.
하지만 미국 RE 시장의 반등이 조만간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은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넥센타이어 위상이 크게 높아져 저가 제품 이미지를 탈피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 칭다오 공장의 수익성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타이어가 칭다오 공장을 건설한 이후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세이프 가드 조치를 실시하면서 넥센타이어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칭다오 공장은 연간 500만개 규모의 생산량에 머물러 ‘규모의 경제’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OE가 확대되고 투자를 늘려 1000만개 체제로 돌아가면서 마진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본사 로열티 지급 전 영업이익률은 11%까지 올라섰다.
결론적으로 넥센타이어의 주가 조정은 충분했다. 수익성이나 수량 면에서 OE를 크게 능가하는 RE의 턴어라운드로 인해 넥센타이어는 탄탄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창녕 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OE 납품도 늘어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 주가가 바닥을 지나 상승을 본격 모색할 때라고 판단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coolbong@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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