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사회서 최종 승인…코레일 주도 사업추진 속도
새 자본유치가 성공 관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정상화 쪽으로 물꼬가 트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111층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내놓는 등 민간 출자사들이 21일 기존 사업구도에 따른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판짜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코레일과 출자사들은 당장의 부도 위기를 피해가면서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등 새로운 개발계획을 수립해갈 방침이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개발구역 포함여부, 막대한 보상금 마련, 추가 투자자 유치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 정상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출자사들 “부도 피하자” 공감대
용산개발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지난 15일 내놓은 ‘용산사업 정상화를 위한 제안’에 대해 29개 출자사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21일 밝혔다.
출자사들이 동의할 경우 2600억원의 자금을 지원, 연말까지 부도를 막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출자사들은 이날 코레일 제안에 포괄적 동의하고, 세부사항은 조율을 해나기로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개발에 출자한 17개 건설사 가운데 최대 지분(6.4%)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의 시공권(1조4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단 코레일과 세부 협의를 거쳐 수용여부를 통보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삼성물산이 투자한 전환사채(CB) 688억원을 돌려주는 대신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왔다.
GS건설 등 나머지 16개 건설사들도 전체 공사의 20% 규모로 제한된 ‘시공권 보장 물량 비율’을 높여주고, 출자사간 경쟁입찰 대신 출자 비율대로 공사물량을 배분해줄 것을 전제로 ‘조건부 동의’를 했다.
용산개발 디폴트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롯데관광개발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 정상화가 필수라고 판단, 코레일에게 사업 주도권을 넘기기로 했다. KB자산운용 등 금융출자사(FI)들도 협조 의사를 전달했다.
출자사들의 반발이 많았던 상호 청구권 포기도 코레일이 “기존 사업협약과 관련한 소송을 내지 말자는 것이며, 향후 신사업 구도에서는 상호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밝혀 갈등이 풀렸다. 건설출자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부도로 사업을 청산하는 것보다는, 코레일을 믿고 사업을 재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새 판짜기’ 가속도
코레일은 이번 출자사 의견을 토대로 정상화 방안을 새로 마련, 25일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내달 2일로 개최될 시행사 드림허브 주주총회에서 코레일 주도의 새 사업협약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후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이 참여하는 특별대책팀을 꾸려 연말까지 111층 랜드마크 빌딩 등 오피스시설 규모 축소, 상업시설 비중 하향 조정 등의 사업계획 변경안 마련에 나선다.
코레일은 앞으로 기존 출자사를 참여시키거나 새로운 투자자 유치해를 통해 사업 자본금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존 출자사들이 추가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데다 부동산경기가 불투명해서 계획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여태껏 해외 투자자는 홍콩 사모펀드의 CB 115억원이 전부였고,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었다”며 “결국 신규자본 유치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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