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도가 트이는 비법

입력 2013-03-21 17:03   수정 2013-03-22 02:15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요리사가 고기를 발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위나라 혜왕(혹은 문혜군)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놀라운 기술’이라며 추임새까지 집어넣는다. 그러자 요리사가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가 트인 겁니다”라며 어퍼컷을 날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가 트이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소의 덩치에 압도돼 어디에 칼을 댈지 몰랐지만 소의 뼈와 살이 맞물린 이치를 터득하고 나니 마치 큰길을 내달리듯 힘 안 들이고 순식간에 살을 발려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조건 힘만 쓴 게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고 칼질을 연마하니 일이 쉬워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터득하느냐이다. 그게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는 만무하다. 승려가 불도의 입문을 비질로 시작하듯 요령을 부리지 않고 일을 숙달해야만 하늘은 그 비밀의 문을 열어준다. 열심히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일의 이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도는 그렇게 트이는 것이다. ‘장자’의 ‘포정해우(疱丁解牛)’ 에피소드가 가르쳐 준 지혜다.

미얀마 살링기의 바구니를 잔뜩 이고 진 아낙은 시야까지 가린 채 곡예하듯 자전거로 이동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유유히 나아가고 있다. 도가 트인 자의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제 당신이 도가 트일 차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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