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 현대그룹 또 충돌

입력 2013-03-21 22:36   수정 2013-03-22 02:22

현대상선 증자 위해 정관 변경…현대重, 2011년 이어 다시 반대


현대상선이 증자를 위해 추진 중인 정관 변경안에 대해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22일 현대상선 주주 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놓고 양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1일 ‘현대상선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우선주 발행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제9조 신주인수권 조항이 통과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돼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가 정한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주주배정 증자와 차이가 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증자는 결국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또 우선주의 발행 한도를 현재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대폭 확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重 "우선주 발행 땐 주주가치 훼손"…현대상선 "대주주 책임보다 경영권에 욕심"

현대상선은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증자할 수 있는 한도를 늘리고, 또 방법도 쉽게 만들어 2000억~3000억원가량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주총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27.7%가량을 갖고 있다.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47%가량을 동원할 수 있다고 현대그룹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22%가량을 갖고 있고, 범(汎) 현대가인 현대건설(7.2%) KCC(2.4%) 현대산업개발(1.3%) 등도 주요 주주다.

정관 변경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주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반대해도 참석률 등에 따라 표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현대그룹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발전이나 대주주의 책임보다는 경영권에만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해운업 불황에 대응하는 선제적 자금확보가 필요하다”며 “현대중공업 외 다른 범 현대가 주주의 찬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2011년에도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3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지만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KCC 현대산업개발은 반대, 현대건설은 기권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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