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표류한 정부조직법…몸싸움은 없었지만 선진화법에 묶여 정치실종

입력 2013-03-22 17:09   수정 2013-03-23 03:53

선진화법에 묶여 정치 실종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2일간 표류 끝에 22일 처리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1월30일이었다. 여야 협상은 2월4일 시작됐으나 결렬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최대 쟁점은 방송·통신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느냐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느냐는 것이었다. 첫 여야 회담에서 민주통합당은 16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협상이 이어지며 쟁점은 6개로 줄었고, 다시 방통위가 맡은 방송 기능의 미래부 이관 여부로 좁혀졌다. 새누리당은 방송에 대한 진흥(광고)과 규제(인·허가) 등을 미래부로 옮기자고 했고, 민주당은 방통위에 남겨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정부조직법의 1~3차 처리시한(2월14·18·26일)을 모두 넘겼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원안 고수 입장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반발했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5일에도 정부조직법은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15일 만났지만 ‘원안 고수’라는 박 대통령의 뜻만 확인했다. 심야 협상을 되풀이한 끝에 17일 최종 협상을 마무리짓고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해석 논란으로 20일은 물론 21일에도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진데는 일명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적용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를 어렵도록 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선진화법 시행으로 몸싸움이 사라지는 장점이 있지만 쟁점이 생길 때마다 여야의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결국 ‘식물국회’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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