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동조합을 대안이라 주장하는 순진한 발상

입력 2013-03-24 16:45   수정 2013-03-24 23:54

이번에는 협동조합 예찬론이다. 지난 주말 한살림생협매장을 방문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조차 “협동조합 정책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현 부총리 발언은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 물가안정, 동반성장, 창조경제를 위해 협동조합 운동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과연 경제 모순을 해결할 것인가.

이미 전국은 협동조합 열풍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가 계기다. 5인 이상이면 누구나 금융, 보험을 제외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국을 신설하고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원하면서가속도가 붙었다. 당장 올해에만 2300개 협동조합이 설립될 거란 전망이다. 협동조합은 농민 소비자 중소상공인 등이 상부상조를 통해 구매 생산 판매 소비하는 경제조직이다. 조합원에게 1인1표의 의결권과 선거권이 주어져, 1주1표인 주식회사와 달리 대면적 인간관계를 갖는 소규모 지역·직업·업종 조직에 적합하다.

최근의 흐름은 일견 바람직스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결코 역사적으로 그 효율성이 입증된 주식회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19~20세기에 걸쳐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경제조직이다. 유독 조합이 많았던 유럽이 바로 그런 살아있는 사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제 겨우 조직을 새로 개편한 농협만 해도 그렇다. 농민과 조합의 인적 일체감은 무너진 지 오래다.

물론 성공한 협동조합도 있다. 선키스트 FC바르셀로나 같은 조합도 그렇고, 국내의 서울우유 등도 성공사례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협동조합은 1인1표이기 때문에 자본의 효율성이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자조와 자립정신이다. 공짜나 특혜, 정부 지원책은 조합을 망치는 길이다. 정부까지 덩달아 춤추면 어쩌란 건가. 그나마의 자원을 비효율적 경제조직에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최근의 열풍에는 주식회사에 대한 묘한 반대 정서가 내재해 있다. 그 점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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