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컨테이너 박스에 크레인까지 "다 팝니다"…대형 해운사들, 현금 확보 '올인'

입력 2013-03-24 16:49   수정 2013-03-25 03:44

대규모 영업손실에 차입금 만기 임박 "한푼이라도…" 총력
한진해운, 1조 마련 계획…현대상선, 추가 증자 추진



마켓인사이트 3월24일 오전 10시37분


“화물을 싣고 내리는 크레인까지 매물로 내놓은 것은 처음 봅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대형 해운사들이 생존을 위한 ‘현금 모으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매년 1조원을 웃도는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와 항만 핵심 장비 매각은 물론 첨단 금융기법까지 모두 동원해 돈을 구하고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 “다 팝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책금융공사와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항만 장비인 대형 크레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소유권을 넘긴 후 장기간 빌려 쓰는 ‘매각 후 임대(sale & lease back)’ 계약을 맺어 목돈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매각대금으로는 각각 1500억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올 들어 3개월여 동안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영업이 아닌 재무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1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미 1월과 2월 두 달 동안 △일반대출 △장래매출채권 유동화 △항만 장비 매각 △컨테이너 매각 후 임대로 5000억원을 확보했다. 한진해운은 사상 최악의 업황을 경험했던 2009년에도 컨테이너 3만2000개를 740억원에 매각한 적이 있다. 한진해운은 이 밖에도 올 들어 960억원어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다음달 2일엔 2176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상선도 선제적 현금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69억원의 보통주 유상증자를 완료한 데 이어 22일 주주총회에선 수천억원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 정관까지 바꿨다. 이달 들어선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이 조성한 사모투자신탁을 활용해 보유 선박의 매각 후 임대를 완료했다. 지난해 말엔 200억원어치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을 사모 발행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모두 파는 동시에 영구채 발행처럼 재무비율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첨단 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1조원대 빚 갚아야

해운사들이 어떻게든 현금을 모으려는 것은 다가오는 대규모 차입금 만기 스케줄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0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진해운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해마다 1조4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5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상선도 같은 기간 매년 1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선박 도입을 늘린 게 화근이 됐다.

하지만 이미 늘려 놓은 빚 때문에 신규 자금 차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자비용으로만 1년에 3000억~4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영업외비용 때문에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6379억원과 9989억원으로 영업손실폭을 크게 웃돌았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운업체들이 재무비율 악화로 돈을 구하기가 다소 어려워진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만기 도래 차입금을 원활하게 차환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좌동욱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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