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인식 개선도 시급
“주변에 우울증을 앓거나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라, 저렇게 이해해라’는 식으로 조언해선 안 됩니다. 최고의 조언은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달 초 한국자살예방협회장으로 취임한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0·사진)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은 절대금물’이라고 말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 ‘나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 ‘세상엔 나 혼자뿐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무언가를 가르치려거나 나무라는 것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31.7명, 연간 1만5900명(2011년 기준)이 자살하는 대한민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라는 불명예 국가가 된 원인과 해법을 듣고자 지난 22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있는 안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물론이고, 자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 차원의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 정부 차원의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출범하긴 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2011년 3월 국회에서 통과돼 지난해부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 중이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자살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지만, 부처별로 각각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를 총리실 산하로 통합해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좀 더 효율적인 정책 수행과 예산 집행이 가능합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질병코드 개선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더라도 약을 처방받지 않으면 정신과 치료를 뜻하는 ‘F코드’가 아닌 일반코드를 붙이기로 했다. 안 교수는 “100명의 정신질환 환자 중 약을 처방받지 않은 95명을 구제하면, 약 처방을 받은 5명에 대해선 낙인을 찍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소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보상이나 구제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내에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활동해 온 안 교수는 지난 2월까지 사무총장을 맡아 자살예방협회 실무를 챙겼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몸이 아닌 인생을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의사로서의 직업의식이 어느 분야보다 강조되는 분야죠. 다시 의대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의사의 길을 포기했을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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