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툭하면 불발…M&A 함정에 빠진 투자자

입력 2013-03-24 16:56   수정 2013-03-25 10:25

슈넬생명·젠트로·이엔쓰리, M&A기대감에 올랐다가 인수자 잔금 지급안해 계약 불발…투자자 날벼락

"인수자 자금능력 따져야"



마켓인사이트 3월24일 오후 1시24분

경영권 매각은 주가에 호재다. 새 주인이 의지를 갖고 경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자금도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런 이유로 경영권 매각이 발표되면 주가는 오른다. 하지만 매매계약이 취소되면 주가는 타격을 받는다.

올 들어 경영권 매각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한 상장사는 슈넬생명과학 마이스코 젠트로 에스에이치투 이엔쓰리 등 5개사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들 종목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인수·합병(M&A) 소식만 듣고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는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해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수후보의 자금능력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매계약 해지 따라 주가 출렁

슈넬생명과학은 올 들어 두 차례나 경영권 매각이 불발됐다. 김재섭 슈넬생명과학 대표는 자신의 보유주식 700만주(지분율 6.9%)와 경영권을 지와이엠1호조합에 220억원에 매도한다고 지난달 1일 공시했다. 이 회사는 같은달 22일 양수인이 잔금을 내지 않았다며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슈넬생명과학은 지난해 12월6일에도 경영권 매각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12월6일 674원에서 같은달 13일엔 909원으로 34.8%가량 뛰었다. 하지만 지난 1월14일 매매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731원까지 빠졌다. 지난 2월 두 번째 경영권 매각 소식에 또다시 주가가 올랐다가 다시 미끄러져 내렸다.

코스닥 상장사 마이스코의 최대주주 배형일 대표는 지난 1월 보유지분과 신주인수권을 팔려다 무산됐다. 계약이 공시된 지난 1월10일 1260원에 거래됐던 마이스코 주식은 두 차례 잔금지급일이 미뤄지면서 같은달 29일엔 761원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사 젠트로는 지난해 11월 주식양수도 계약 공시를 낸 후 지난달까지 4개월간 투자자를 애태웠다. 지난해 11월 변무원 젠트로 대표가 보유지분 18.64%를 양도하기로 계약했지만 이후 양수인이 중도금 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지난 1월29일 계약이 파기될 때까지 5차례에 걸쳐 정정공시를 냈다.

작년 한때 1745원(11월13일 종가 기준) 수준이던 젠트로 주가는 M&A 소식과 함께 같은달 30일 303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계약 해지 소식과 함께 1700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두 곳뿐

한국거래소는 공시 번복이나 불이행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고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으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상장사는 드물다. 경영권을 사려는 사람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공시 번복이나 위반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 들어 경영권 매각을 번복한 상장사 5곳 가운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거나 예고된 회사는 이엔쓰리와 에스에이치투 2곳뿐이다. 에스에이치투는 최대주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점이 인정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예고됐다. 인수후보는 계약을 이행하려 했으나 최대주주가 계약을 파기한 만큼 불성실 공시에 해당된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이엔쓰리의 경우엔 최대주주도 계약해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주식양수도 계약과 같이 회사 경영에 중요한 공시는 번복에 따른 여파가 크다”며 “하지만 계약 해지에 양수인의 책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상장사의 M&A는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조건 호재라 생각하고 섣부르게 투자하기보다는 경영상황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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