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구 소홀…국가장학금 절반 못받아

입력 2013-03-24 17:01   수정 2013-03-25 00:37

올 배정 5670억의 59%만 소진
세종대 등 15곳은 신청도 안해



올해 대학들의 학비부담 경감 노력에 연계해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액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나 자체 장학금 조성을 게을리해 학생들에게 지원될 국가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과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은 2013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규모가 3344억원으로 배정금액(5670억원)의 59.0%에 불과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7052억원)보다 52.6% 줄어든 규모다.

◆세종대 등 15곳 신청조차 안 해

올해 2조7750억원 규모로 조성된 국가장학금은 성적(B이상)에 따라 소득8분위까지 차등 지급하는 ‘Ⅰ유형’과 대학의 학비부담 경감 노력에 연계해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하는 ‘Ⅱ유형’으로 나뉜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Ⅰ유형은 대부분 지원됐으나 Ⅱ유형을 지원받은 대학은 지난해 335곳에서 올해 288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평균 4.79% 내렸지만 올해는 0.55% 내리는 데 그쳤으며 인하액도 5709억원에서 460억원으로 줄인 때문이다. 교비와 외부기부금 등으로 조성하는 대학 자체 장학금 규모도 3677억원에서 949억원으로 감소했다.

세종대 조선대 등 15곳은 아예 Ⅱ유형 장학금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신청한 대학 가운데 중앙대 등 7곳은 등록금을 인상하느라, 차의과대 등 5곳은 자구노력이 전년에 비해 줄어서 등의 이유로 모두 12개 대학이 Ⅱ유형 지급 대상으로 승인받지 못했다. 그만큼 해당 대학 재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주요 사립대 자구노력 소홀

등록금이 비싼 주요 사립대일수록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규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 대학이 ‘반값등록금’이라는 학부모 열망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학생 1인당 평균등록금 상위 30개 대학 가운데 연세대는 Ⅱ유형 장학금이 69억원 배정됐으나 실제 지원액은 26억원(소진율 37.5%)에 그쳤다. 등록금 인하, 자체 장학금 조성 등 대학의 자구노력 ‘인정 금액’과 동일하게 지원해 학생들이 받지 못한 국가 혜택이 43억원에 달했다. 아주대(소진율 44.4%) 건국대(49.0%) 서강대(50.8%) 을지대(52.8%) 등도 전체 평균(59.0%)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받았다.

반면 울산과기대는 Ⅱ유형 장학금 배정액 5억원의 4배가 넘는 23억여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기울여 배정액 대비 인정 금액 비율이 436.80%를 보였다.

유 의원은 “대학의 도덕적 해이로 학생들이 받아야 할 국가장학금마저 못 받고 있다”며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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