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글로벌 '프런트 러너' 되려면 적의 아이디어도 빌려라

입력 2013-03-24 17:10   수정 2013-03-25 03:23

창조경제 일자리 빅뱅 (6) 30인의 리더에게 듣는 창조경제 <끝>

융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자
전통산업 결합해 시너지 기대…대기업, 中企 동반성장 이끌어야

패자부활전 가능해야
연대보증제도 개선 등 환경 조성해 혁신 이루자




‘창의적 인재, 이종 학문과 기술의 융합,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대한민국을 이끄는 각계 오피니언 리더 30인이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로 꼽은 것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과학계, 산업계, 정계, 금융계, 문화계 등 각계를 대표하는 30명을 대상으로 창조경제의 정의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융합과 상생의 시대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각계 리더들은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의 고도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경제라는 얘기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상상력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융·복합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라고 풀이했고,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대행은 “모방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전통산업과 결합하는 게 창조경제”라고 정의했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은 “창조경제는 고유제품과 독자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프런트 러너(front runner)’가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뛰어난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원 LS니꼬동제련 사장도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확보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 장터를 마련해 사회적 공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민 귀뚜라미보일러 회장은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총 먼저 쏘고 대포 쏘기’ 가능해져야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진원 신한은행 은행장은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짐 콜린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 행장은 “콜린스가 기업의 성공 비결로 ‘총 먼저 쏘고 대포 쏘기’를 말했듯 기업은 한 번의 큰 혁신이 아닌 작은 걸음의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나 실패가 용인되고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도전 기회를 넓히기 위해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현재의 연대보증제도 환경에서는 10만명이 창업에 나설 경우 3년 후엔 절반 정도가 신용 불량자가 된다”며 “연대보증제도는 기업가 정신을 해치는 대표적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여성·문화에 대한 투자도 중요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여성과 문화 콘텐츠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위미노믹스(여성 경제인) 시대를 맞아 대규모 보육 시설을 마련하고 자금 지원을 대폭 늘려 여성 경제인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은 “허울만 좋은 지원책이 아닌 여성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택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문화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원을 요청했다. 유 단장은 “문화콘텐츠 투자의 경우 벤처캐피털이 초기 투자를 피하고 영화가 완성돼 시사회를 본 후에나 투자를 결정한다”며 “투자를 하더라도 원금 보장 조건이나 선회수 조건을 내건다”고 지적했다. 영화 ‘박수건달’을 만든 조진규 감독은 “아이디어가 거대자본에 잠식되지 않도록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태훈/김형호/김병근/김희경/은정진(중기과학부)/이정호(경제부)/최진석(산업부) 기자


공동기획 : 한경 · 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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