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 강소기업의 비밀] 생산라인 낙제 평가받던 유진테크, 18개월만에 '우등생'

입력 2013-03-24 17:10   수정 2013-03-25 02:23

절치부심한 엄평용 사장 "돈 내고 삼성 컨설팅 받겠다"
다 뜯어고쳐 … 30%대 영업이익률 기록



삼성전자에 반도체 절연장비를 납품하는 유진테크의 엄평용 사장(56·사진)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편지를 보냈다. 돈을 낼 테니 삼성전자의 컨설팅을 더 받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2011년 8월부터 1년6개월간 무료로 받은 컨설팅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판단해서다.

엄 사장은 “가뭄에 단비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는 “회사를 창업해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조와 경영 부문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며 “이 부족한 부분을 삼성전자 컨설팅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 전자기업인 삼성전자를 보고 배워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컨설팅을 최소한 1년은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엄 사장은 2000년 초 캐나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브룩스에서 나와 지인 7명과 함께 유진테크를 창업했다. ‘기술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R&D에 매달렸다. 2003년 반도체 절연장비(LP CVD)를 개발해 이 분야에선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그는 기술력에서 세계적이니만큼 경영과 제조 부문 수준도 평균 이상은 된다고 자부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1년 8월 삼성전자가 실시한 생산라인 평가에서 60점을 받았다. 낙제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모든 걸 뜯어고치기로 했다.

엄 사장은 “생산라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평가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1년6개월간 컨설팅을 받으면서 고칠 수 있는 건 다 고쳐 나중에 98점을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엄 사장은 먼저 생산한 장비를 우선 판매하는 선입선출 원칙을 세우고 재고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생산 주문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엄 사장은 더 욕심이 났다. 1년 반 동안 노력해서 98점을 받았으니 조금만 더 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는 “그동안은 제조와 경영 부문에서 일반적인 컨설팅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부문별로 핵심과제를 정해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진테크는 지난해 1682억원 매출에 5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1.8%라는 영업이익률로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엄 사장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세계 3위권인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 리서치를 롤모델로 해왔는데 삼성 컨설팅을 받고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회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열심히 하면 불가능한 일도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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