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만드는 게 좋아 공대로 갔죠
플랜트는 기술집약 산업…기계·전기·건축 모든 전공 합작
입사해보니 업무 절반 영어…학원에서 다시 공부해요
“플랜트는 대규모 종합예술품입니다.”
올 1월1일자로 대림산업에 입사한 플랜트BPI(Business Process Innovation)팀 사원 권민욱씨. “플랜트가 뭔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입사 3개월이 채 안 된 신입사원의 대답은 근사했다. 권씨는 “플랜트는 기술 집약 산업입니다. 자동차가 21세기의 작은 종합예술품이라면 플랜트는 거대한 종합예술품이죠. 기계, 전기, 건축, 토목 등 거의 모든 전공의 합작품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대림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을 찾았다.(정확히 말하면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뒤에 있다) 눈에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대림산업 작품이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양옆으로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리모델링한 교보빌딩 그리고 청계천 광장도 대림산업이 지었다.
인터뷰는 1976년에 지어진 수송동 대림빌딩 2층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대림그룹은 수송동 빌딩 말고도 5분 거리에 있는 17층짜리 빌딩 트윈트리타워 2개동도 함께 쓰고 있다.
27일 신입사원 원서마감을 앞둔 대림산업은 올 상반기엔 건설사업부의 플랜트, 토목, 경영지원 분야만 사원을 뽑는다. 석유화학사업부는 채용하지 않는다. 상반기 합격자는 올 7월1일, 인턴은 여름방학 7주 과정을 거쳐 내년 1월1일 입사한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70%다.
○뜯고 고쳐야 직성 풀리는 이공계DNA 소년
대학 1학년 신입생 시절. 아버지의 말씀이 머리와 가슴 속에 들어왔다. “니는 대학 가서 니가 원하는 길을 잘 찾아 보거래이~.” 경북 경주시 토박이인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사회인이 됐다. 배우지 못한 설움이 컸던 때문일까, 아버지는 자식만은 미리미리 제 길을 찾아서 번듯한 직장인이 되길 바랐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던 권씨는 레고·플라모델(조립모형) 등을 직접 조립하고 색칠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 집안의 컴퓨터와 TV가 고장나면 고치는 것은 권씨의 몫이었다. 뜯어서 무엇이 잘못됐나 살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이런 적성대로 공학도가 됐다.
이윽고 대학 4학년. 전공도 살리면서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알아보던 중 플랜트산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선배한테 들었다. “사실 화공, 전력 플랜트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1년 전이었어요. 제가 배운 전자, 전기, 에너지의 집합체인 플랜트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됐죠.”(플랜트산업은 여러 소형 정밀제품부터 거대한 기계 장치까지 수많은 장비를 최적의 장소에 배치하고 설계, 시공함으로써 거대한 공장이 흐트러짐 없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돌아가도록 하는 종합 공학작품이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지난해 8월. 권씨는 건설사 플랜트 분야를 목표로 준비했다. “서류를 내고 곧바로 학과 친구들과 대림산업 입사 스터디그룹을 짰어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공부도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씨는 입사철 취업준비생들의 ‘묻지마 지원’을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과 궁합이 맞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만약 50곳 여기저기에 원서를 내서 우연히 합격했다고 한들 거기에 만족하고 계속 다닌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좌충우돌 신입사원의 깨달음 ‘모르면 묻자’
권씨에게 면접 때 기억에 남는 질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최종 임원면접 때 대학의 같은 과 선후배 4명이 함께 면접 본
면을 떠올렸다. “면접관이 ‘4명 중 2명만 뽑아야 되는데 누구를 뽑으면 좋을지’를 질문했죠. 저는 친구들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대림산업이 하는 사업과 연계시키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럴 때 극단적인 대답은 안좋을 것 같아요.”
올 1월 초 대림산업 BPI팀으로 발령받은 권씨는 나름 플랜트산업에 대해 공부했지만 모르는 용어와 약어가 많았다. “회의에 몇 번 참석했더니 차장님이 회의록을 작성하라고 하셨어요. 모르는 용어가 오가자 그만 회의 맥락을 놓쳐버렸죠. 나중에 회의록을 읽어봤더니 제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경험은 권씨에게 소중한 깨우침을 줬다.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자.’ 그는 앞으로 입사할 후배들도 ‘모르면 언제 어디서든 묻는 뻔뻔함을 지닌 후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PI는 정보기술 시스템을 통해 플랜트 산업에 필요한 여러 절차와 연결과제를 개선하는 업무다. 여러 부서와 협업·소통을 통해 나온 해결책을 정보기술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하기에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권씨는 이공계 출신이지만 입사 후 가장 필요한 역량은 영어라고 말했다. “업무 절반 이상이 영어예요. 회의·전화·이메일… 설계, 구매 심지어 현장에서도 영어를 못 하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입사 후 3개월간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지만 권씨가 대림산업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우선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를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플랜트산업의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되고 싶습니다.”
주말엔 요리 만들기에 푹 빠져 산다는 권씨는 인터뷰 끝에 “제가 닭볶음탕 하나는 끝내주게 만들어요. 여자친구도 인정할 정도”라고 말한 뒤 “여러차례 실패했지만 다음 주엔 찜닭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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