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비눗방울에 담긴 감성의 힘

입력 2013-03-25 16:59   수정 2013-03-26 02:1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샤르댕(1699~1779)은 자칫하면 무명화가로 생을 마칠 뻔한 거리의 화가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당시 삼류화가들이나 손대던 정물화와 풍속화를 부여잡고 살았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출세하려면 역사화나 초상화를 그려야 했다. 그러나 장롱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일자무식이었으니 인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역사화 같은 걸 그릴 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출세한 것은 천운이었다. 1720년 성체축일 때 샤르댕이 퐁뇌프 근처의 거리에서 그림을 전시했는데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궁정 아카데미의 실력자 장 바티스트 방 루가 그의 그림의 진가를 발견한 것이다. 방 루는 그를 궁정에 소개, 출세의 뒷배가 돼줬다.

방 루가 샤르댕의 그림에서 주목한 것은 다른 화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성의 힘이었다. 그의 대표작 ‘비눗방울’을 보라. 소년은 자신의 놀이에 완전히 몰입돼 있다. 하찮아 보이는 일상적 행위지만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그 천진난만한 진지함은 뜻밖에도 감상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감성의 언저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장롱장이의 아들은 감성을 무기로 훗날 루이 15세의 수석 궁정화가가 된다. 감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즈음 샤르댕에게 한 수 배울 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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