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말 임기 1년이 연장됐지만 올해 새정부 출범 후 코드가 맞는 새 인사로 바뀔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앞서 금융기관 인사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고려해 금융공기업 수장의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언급했다.
거래소는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이사들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미 임기가 끝난 진수형 경영지원본부장(부이사장)과 사외이사인 조인호 덕성여대 부교수, 장범식 숭실대 교수, 박상찬 경희대 교수 등과 관련된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김진규 본부장과 김도형 본부장은 오는 5월1일, 사외이사 이맹기 씨도 다음달 3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내외 이사들의 인사 문제를 유보한 것은 김 이사장의 거취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 인사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말까지 임기인 김 이사장이 중도에 사의를 표명할 경우 신임 이사장이 선출되는 데까지는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거래소 수장직은 부이사장(본부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법률에는 기관장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후추위를 구성하라는 규정만 있고 임기 중 하차의 경우에는 별도 규정이 없다"며 "실질적인 후보자 등록과 선출 과정을 고려하면 그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09년 이정환 전 거래소 이사장이 중도 퇴임할 당시에도 이 전 이사장의 사임 후 김봉수 이사장의 선출까지 2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거래소 사내외 이사와 외부인사 등으로 5~15명 규모로 꾸려진다. 후추위는 후보자 모집 공고 후 입후보자 가운데 3~4배수로 신임 이사장 후보를 추천, 임시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한다.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1명을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한국거래소 수장직을 놓고 차기 후보자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미뤄볼 때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 외 '제3의 인물'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업계 전문성을 고려해 증권사 최고경영인(CEO) 출신 후보군에 대한 얘기가 무성하다.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과 김지완 전 하나대투사장,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또 대선전 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한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기영 전 KDB대우증권 사장,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의 이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거래소 내부 출신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이창호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총장(전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과 임기를 마친 진수형 본부장(부이사장)도 내부 출신 유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거론되고 있는 후보 외 '제3의인물'에 대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오히려 강력한 후보로 꼽기에 주저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 전 회장 같은 경우는 협회장직 시절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는 게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며 "이 총장의 경우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신 위원장(행시 24회)보다 기수가 높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비 금융권 관료 출신 인사도 반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과의 원활한 소통이 향후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거래소 고위 임원은 "일부에서는 새 정부와의 정치력을 고려하면 정부 관료 출신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사장 후보추천위가 구성되는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달 초에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거래소 이사장직이 변경될 경우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 등 거래소 산하 관련 기관들의 수장들도 줄줄이 교체될 수 있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과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은 각각 내년 1월, 8월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지만 '중도하차'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ㆍ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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