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은행 주가 폭락
위기국 국채금리 급반등
‘네덜란드 윤리주의자(dutch moralist).’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사진)에게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붙인 별명이다. 시장 자율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그의 ‘매파적’ 성향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데이셀블룸 의장이 25일(현지시간) 폭탄 발언을 했다. “키프로스 은행 구조조정 방법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 것. 앞으로 부실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할 경우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들에게도 손실을 분담토록 하겠다는 말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금융권의 잘못을 더 이상 세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펀드인) 유로안정화기구(ESM) 돈을 은행 구제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에게 은행 구조조정 부담을 지운 건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키프로스가 첫 사례였다. 과거 아일랜드와 스페인 은행권을 구조조정할 때도 이들은 보호됐다. 세계적으로도 선순위 채권자나 예금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때 한국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을 때도 예금자는 예금액에 상관없이 손실을 보지 않았고 이자도 다 받았다”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파장이 커지자 데이셀블룸 의장은 “거시조정정책은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ESM을 은행 구제금융에 쓰지 않겠다는 것만으로도 재정위기 국가들과 금융권에는 큰 타격이다.
지난해 6월 유럽 정상들은 ESM 자금을 각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부실 은행권에 직접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ESM이 돈을 국가에 빌려주고, 국가가 은행을 지원하면 국가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지난해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재정위기 국가의 단기국채 무제한 매입 정책과 더불어 유럽 금융시장을 유지한 두 축이었다.
FT는 “9개월 만에 정상들이 직접 합의한 약속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이 같은 ‘매파’인 네덜란드와 함께 재정위기국 지원 정책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헤지펀드인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매니저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 키프로스 사태 등 잦은 ‘사건’으로 투자자들이 ‘위기 피로증’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까진 당국의 지난해 약속을 믿었지만 앞으로는 어차피 오를 만큼 오른 유로화를 팔자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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