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예탁원의 '독립' 꼼수?

입력 2013-03-26 16:59   수정 2013-03-27 16:36

거래소 의결권 5%로 제한
29일 주총서 표대결



마켓인사이트 3월26일 오후 3시49분

한국예탁결제원(사장 김경동·사진)이 모기업인 한국거래소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 주총에서 거래소 등 주주들이 표대결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이사회에서 특정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5%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안을 주총에 상정키로 결의했다.

예탁결제원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은 거래소(지분율 70.41%)가 유일하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거래소는 약 65%의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잃게 된다. 대부분의 지분이 의결권 없이 배당만 받는 사실상의 우선주로 전락하는 셈이다.

최주섭 예탁결제원 전략기획본부장은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제외될 경우 민간기업이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을 지배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며 “거래소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5% 소유 제한 항목이 있어 형평성 측면에서도 정관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와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예탁원이 거래소로부터의 ‘독립’을 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사외이사 한 명을 파견하는 것 외에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결과가 부결될 게 뻔한데도 굳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지배구조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로만 한 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예탁결제원이 지배구조에 집착하며 더 많은 자율성을 요구하는 게 명분이 있는지 의문” 이라고 꼬집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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